“무한책임” 언급한 尹… 여론 악화에도 ‘오른팔’ 장관은 선긋기 [뉴스+]

이상민, 경찰국 신설 땐 “경찰 치안 지휘·감독”…참사 후 “책임없다”
행안위 현안 질의…여야, 경찰 허술 대응 질타 속 ‘온도 차’ 보여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도 “이 장관 자진 사퇴”, “당장 파면” 목소리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사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후진적”
여론조사선 ‘이 장관이 참사에 대한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 65%

“책임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엄정히 그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관계부처이자 안일한 판단, 부적절한 대응으로 지목받고 있는 경찰, 용산구청, 행정안전부 등에서 뜨끔해할 대목이다. 경찰청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는 즉각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참사 당시 늑장대응 정황이 드러난 재난대응 책임자 6명을 피의자로 입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뉴스1

이번 수사에서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이자, 경찰 지휘체계의 윗선인 행안부는 수사 대상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본은 이날 브리핑에서 “154명의 참고인 중 행안부 관계자는 없다”고 밝혔다. 특수본은 8일 경찰과 용산구, 소방 수뇌부의 집무실을 비롯해 4개 기관 55개소를 전방위로 압수 수색을 했지만, 여기서도 행안부와 서울시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수사와 별개로 재난안전관리 주무부처이자, 경찰 총지휘권자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향한 ‘책임론’은 연일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무한책임’이 있다면서도 자진사퇴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장관이 유임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 역시 경찰의 부실 대응에 대해서는 강하게 질타한 반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행안부의 대응을 지적하거나, 이 장관의 실언 등 논란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野 “이상민 파면” vs 與 “文정부 알박기 의혹 경찰들 책임”

 

이 장관은 8일 국회 예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칠승 의원으로부터 ‘역대 장관 중에 이 정도 큰 참사 났을 때 사의 표명 안 한 분은 찾기 어렵다. 사의를 표명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위치라는 지적에는 “현재 위치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책임을 다할 뿐”이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장관은 전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이태원 참사 현안질의에서도 같은 내용의 입장을 밝히면서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일을 겪으면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 되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다”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이 장관은 이날 “경찰의 치안 업무에 대해 (행안부 장관이) 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없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경찰국을 신설해놓고도 장관이 경찰 지휘·감독을 못하는 것에 대한 지적이 있다’고 묻자, 이 장관은 “경찰국은 누누이 말씀드렸다시피 치안과 전혀 무관한 조직”이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당 박성민 의원이 유사한 취지로 질의한 것에 대해서도 “(경찰에게서) 보고 자체도 받지를 못하고 있고, 지휘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며 “지난번(경찰국 신설 및 경찰지휘규칙 제정) 때 보고라도 받으려고 했는데 다른 (반대)의견들을 많이 말씀해주셔서 그런 부분은 다 빼고 법령을 제·개정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발언은 지난 6∼7월 경찰국 신설 당시 이 장관이 “치안을 관장하는 건 행안부 장관”, “(경찰업무 지휘는) 행안부 장관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던 것과는 달라진 것이다. 지난 6월27일 이 장관은 경찰국 신설과 관련 브리핑을 열고 “헌법과 법률은 대통령이 행정부 수반으로서 국무총리를 거쳐서 각 부 장관으로 구성된 국무회의 및 각 부 장관을 통해서만 모든 행정 기능을 수행하도록 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경찰을 지휘할 조직이나 기구를 지금처럼 없앤 상황에서 만일 행안부까지도 경찰 관련 조직을 하나도 두지 않는다면 대통령이나 행안부 장관에게는 경찰을 지휘하고 감독할 아무런 조직도 없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역할과 책임을 도무지 수행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정부조직법 제34조를 제시하며 “이 조문을 읽어보시면 ‘치안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기 위하여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경찰청을 둔다’라고 돼 있다”며 “국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이 사무 관장의 주체가 누구인가는 바로 명백하게 나타난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의 강력한 추진으로 경찰국 신설 등을 담은 ‘행정안전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 개정령안’은 지난 7월26일 상정, 의결됐다. 이 장관은 그 다음날인 27일 교육·문화·사회 분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행안부 장관이 치안업무를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날 ‘정부조직법 제34조 1항(행안부 장관 소관사무)에 치안이 명시되지 않았으므로 행안부 장관은 치안업무를 할 수 없다’고 하자, 이 장관은 “(행안부 장관이) 정부조직법 제34조에 없는 업무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개별 법령에 있는 권한을 행사하기 위한 조직(경찰국)을 만들 수 있다”며 “그렇게 해석하면 경찰청은 대한민국 어느 누구도 지휘를 못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이 “91년에 제정된 경찰청법에 따라 지난 31년간 행안부 장관이 치안사무를 하지 않은 것”이라며 ‘법꾸라지’라고 꼬집자, 이 장관은 “(경찰업무 지휘를) 청와대에서 음성적으로 해왔을 뿐”이라며 “사실은 행안부 장관이 당연히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오른쪽)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여야는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한목소리로 경찰의 허술한 대처를 질타하며 이번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문책을 촉구했다. 다만 야당은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을 정조준해 책임론을 제기하며 사퇴를 강하게 압박한 반면, 여당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경찰대 출신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류미진 총경(참사 당시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등의 ‘보고체계 문제’ 등을 상대적으로 더 부각했다.

 

◆여권서도 “尹 ‘오른팔’ 지키다 역풍 맞을 것”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4년 후배이자, 서울대 법대 후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대통령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내각 인선 당시 ‘좌동훈·우상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도 윤 대통령 ‘오른팔’로 불리는 이 장관을 무리하게 지키려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은 ‘선(先) 진상규명, 후(後) 인사조치’를 강조하며 “국면전환용 인사는 없다”고 못 박았지만, 일각에서는 참사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 사고수습을 주도하게 두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지적도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뉴시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112신고 녹취록을 보면 조금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며 “윤희근 경찰청장은 즉시 경질하고 사고수습 후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적었다. 원외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도 이날 라디오에 나와 “이상민 장관이 너무 법적인 판단, 법적인 이야기를 했다. 매우 부적절했다”면서 “뒤늦게나마 사과한 점은 다행이지만 국민들이 보기에는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승민 전 의원. 연합뉴스

비윤(비윤석열)계이자 국민의힘 당대표 여론조사서 우위에 서 있는 유승민 전 의원은 전날 “‘경찰을 미리 배치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선동성 정치적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라고 말한 장관부터 당장 파면해야 한다”고 직격했다. 유 의원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아들, 딸, 차디차게 돌아온 자식을 끌어안고 고통에 울부짖는 엄마 아빠를 보며 눈물이 나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 엄마 아빠의 마음으로 생각해봤다. 왜 내 자식이 거기에서 죽어야 했는지”라며 “이태원 참사는 반드시 원인을 밝히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는 왜 존재하나. 위험할 정도로 인파가 몰릴 것을 미리 예상하고 정부는 사전에 대비했어야 한다. 경찰이든 지자체든, 그게 정부가 했어야 할 일”이라며 “전쟁이 난 것도 아니고 건물이 무너진 것도 아닌데, 아무런 잘못도, 책임도 없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뉴스1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페이스북에서 “경찰을 관장하는 업무가 행안부 장관에게 이관된 이상 행안부 장관도 정치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며 “둘 다 아까운 인재지만 경찰청장·행안부 장관은 이른 시일 내 정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습의 명목으로 문책이 늦어지면 야당의 표적이 돼 누더기가 되고 국회는 야당 독무대가 되면서 정부도 흔들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 출신인 권은희 국민의힘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책임자들이 변명하고 회피하고, 심지어 일선 현장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며 “당연히 행안부 장관과 경찰청장이 본인들의 거취에 대해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문제는 빨라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야당의 이 장관 등 수뇌부 파면 요구에 대해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취하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8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책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지는 것이다. 국무총리·장관·경찰청장 등 내각 구성원 중 사의를 표명한 사람이 있나’라는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의 질의에 “아직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매번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장관 바꿔라’, ‘청장 바꿔라’ 이것도 후진적으로 본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국민이 뽑은 이번 참사 가장 큰 책임자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65.0%는 이 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를 묻는 질문에도 이 장관이 1위로 선정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뉴스1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5일과 6일 양일간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이태원 참사에 대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물은 결과 ‘사퇴 찬성’은 65.0%로 나타났다. 반대는 28.6%, 잘모름 또는 무응답은 6.4%였다.

 

이태원 참사의 가장 큰 책임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 28.1%는 이 장관을 선택했다. 이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24.1%), 기타(20.0%), 오세훈 서울시장(12.9%), 박희영 용산구청장(10.8%), 잘모름 또는 무응답(4.1%) 순으로 조사됐다. 한길리서치는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경찰청장이 답변 항목에 들어가 있지 않아 기타에 답한 상당수가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고 기타에 답한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ARS 여론조사(무선 90.0%)와 전화면접(유선 10.0%)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 3.1%p다. 표본 추출은 유무선 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 방식이며 통계보정은 2022년 8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길리서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