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우리는 재난 하면 흔히 태풍, 지진, 홍수 등 자연재해를 떠올린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카카오와 이태원 사태 등을 겪으면서 자연재해뿐 아니라 통신, 에너지, 전염병 등 기반재난도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히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전 세계를 덮친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는 기반재난 대처에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재난이 우리 일상을 위협하여 국민에게 아픔을 남기는 뼈저린 경험을 한 것이다. 지난 3년 동안 전 세계를 집어삼킨 것은 단연 ‘코로나’ 세 글자이다. 아직 그 끝을 알 수 없는 코로나19 사태는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이와 관련하여 체계적·효과적 방역시스템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외되고 배제되는 계층 없이 마음을 위로하고 희망과 기대의 정서를 확산하는 일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될 과제이다. 특히, 부정적인 사회적 정서 확산은 우려할 만하다. 많은 국민이 걱정, 불안, 두려움, 무기력감과 좌절감, 그리고 스트레스 증가를 경험했다. 이러한 사회적 정서가 짜증을 넘어 타인에 대한 혐오로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 한가운데 외국인 주민이 자리하고 있다.
전염병 등 기반재난은 사회공동체 전체를 대상으로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비록 소규모일지라도 일부가 감염병 등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면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이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외국인 주민을 포용하는 보편적 재난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우리 국민 전체의 안전을 보장하고, 혐오와 갈등을 억제하며, 사회통합을 촉진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코로나19 사태를 돌이켜 보면 외국인 주민은 정부의 재난안전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