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에 대폭락...비트코인 1만7000달러 붕괴

비트코인 2년 만에 최저치...이더리움 1200달러 무너져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시세가 표시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 FTX의 유동성 위기가 가상화폐 시장에 이틀째 대폭락을 몰고 왔다.

 

FTX 사태가 9일(현지시간) 가상자산 시장의 최대 블랙홀로 자리 잡으면서 비트코인은 물론이고 다른 암호화폐들도 일제히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1만7000 달러 선이 무너지면서 2020년 11월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시가총액 기준 전 세계 최대 규모인 비트코인은 미국 서부 시간 기준 오전 11시 50분 현재 24시간 전과 비교해 8.76% 하락한 1만6842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은 전날에도 10% 넘게 폭락했다.

 

시총 2위 이더리움도 11% 넘게 급락해 1200달러가 무너졌다.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 FTX가 발행하는 코인 FTT는 전날 80% 폭락한 데 이어 이날도 40% 넘게 추락했다. FTX가 거래를 지원해온 솔라나는 30% 가까이 빠졌다.

 

앞서 관계회사의 재정 부실 우려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봉착한 FTX에서는 최근 72시간 동안 무려 60억 달러(8조2000억여 원)의 고객 자금이 빠져나가는 ‘뱅크런’ 현상이 발생했다.

 

세계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는 전날 코인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패닉 확산을 막기 위해 FTX를 인수하는 내용의 투자의향서(LOI)를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계약은 되레 가상화폐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는 리스크로 부상했다.

 

자오창펑 바이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합의가 구속력이 없다는 점을 공개했고, 시장은 최종 인수계약 불발 가능성에 더욱 주목했다.

 

블룸버그통신은 “FTX의 금융 블랙홀 때문에 바이낸스가 구제 계획을 실행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며 바이낸스는 FTX 부채에서 자산을 밴 규모를 최대 60억 달러로 추정했다고 전했다.

 

미국 규제당국이 FTX의 고객 자금 처리와 관계사와의 거래 등을 놓고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도 바이낸스의 FTX 인수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부상했다.

 

자오창펑도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FTX 인수와 관련한 특별한 ‘마스터플랜’이 없다고 인정했다.

 

소식통은 블룸버그에 바이낸스가 FTX를 인수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바이낸스의 FTX 인수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코인 시장에서 공포감은 더욱 확산했다.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CEO는 바이낸스와 FTX의 거래가 무산되면 FTX 고객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며 “그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홍콩의 디지털자산 투자업체인 액시온글로벌애셋매니지먼트는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면 그것에 대한 준비가 되지 않은 코인 시장에 맹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FTX 사태가 더 악화하면 지난 5월 코인 시장 붕괴를 초래한 테라·루나 사태의 재현이 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당시 권도형 대표의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테라USD와 루나는 거래 알고리즘에 문제가 생기면서 가격이 동반 폭락하는 ‘죽음의 소용돌이’ 현상으로 휴짓조각이 됐다.

 

이 사태는 이후 싱가포르의 가상화폐 헤지펀드 스리애로즈캐피털과 미국의 코인 대부업체 보이저 디지털과 셀시어스의 연쇄 도산으로 이어졌다.

 

무디스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및 디지털자산 매니저 페이비언 애스틱은 “가상화폐 시장 플레이어들이 뉴스와 루머에 더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며 “전통적인 금융시장보다 훨씬 더 빨리 유동성 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