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 용산소방서장은 11일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책임질 각오가 돼 있다”며 언제라도 직에서 물러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최 서장은 이날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 행정감사에 출석해 ‘현장 지휘를 한 지휘관으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달라’는 송도호 위원장의 요청에 이같이 말했다.
‘서장으로서 마음가짐이 어떤가’라는 질문에는 “책임을 통감한다. 애초에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하고 내근 직원과 비번자를 (미리) 동원했다면 희생자가 덜 나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에 통탄하고 있다”고 심경을 전했다.
또한 “책임질 부분은 책임지고 대답할 부분은 뚜렷하게 대답하겠다”면서 “다만 심정 토로가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수사가 종료되고 기회를 주면 발언하겠다”고 했다.
최 서장은 참사 이후 충격으로 항우울제와 항스트레스제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그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같이 출동했던 감찰주임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물치료 중이며 저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는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최근 최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참사 발생 전 112신고를 받은 경찰의 공동대응 요청을 받고도 출동이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해 대응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직후에도 적절한 소방대응단계 발령을 신속하게 하지 않았다는 게 특수본의 판단이다.
전날 소방청 브리핑에 따르면 최 서장은 지난달 29일 참사 당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200m 거리에 있는 이태원 파출소(119안전센터)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참사 관련 첫 119 신고가 접수되고 13분이 지난 오후 10시 28분으로 파악됐다.
특수본은 사고 직후 용산소방서가 아닌 종로소방서 소속 구급차가 현장에 먼저 도착한 경위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태영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이태원 현장에 구급차가 대기하고 있었으나 오후 10시 5분쯤 센터 근처에 머리 출혈 환자가 있다는 신고가 들어와 출동하는 중이었다”며 “환자를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한 후 사고 현장으로 복귀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