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압사 참사’와 관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책임론이 연일 커지는 모양새다. 소방노조는 이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현장 실무진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수사에서 벗어나 재난 대응 컨트롤타워로서 행안부와 그 수장인 이 장관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국가공무원노동조합소방청지부(공노총 소방노조)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 사무실을 찾아 이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소방노조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경찰 및 소방의 총지휘 책임자로 이 장관을 지목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행안부 장관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행하는 재난 및 안전관리 업무를 총괄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이 장관 책임론’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김성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이 장관이 재난안전법에 따라 이태원 참사에 법적인 책임이 있다는 주장과 관련해 “규정에 대해서는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난안전법상 책임이 구체적인 상황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구체적인,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행안부 장관의 재난·안전관리 책임을 얼마나 포괄적으로 보느냐에 따라 직무유기 여부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특수본은 출범 2주가 지나도록 행안부 수사와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이란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날까지 특수본 참고인 조사는 경찰을 비롯해 용산구, 소방, 서울교통공사, 이태원 상인과 목격자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행안부 관계자에 대한 참고인 조사조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본 관계자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상황 조치에 대해 지휘·감독 권한이 있는지 정부조직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하고 있다”며 “행안부 경찰국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법리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수본은 이 장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면 이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통보한 뒤 필요한 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입건한 피의자들을 조만간 차례로 불러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수사 직후 가장 먼저 입건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류미진 전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 등 경찰 관련 피의자를 먼저 불러 조사할 전망이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용산서 정보과 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을 특수본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청은 이날 박 부장을 즉각 대기발령하고 후임으로 김보준 경찰청 공공안녕정보심의관을 발령했다. 특수본 관계자는 박 부장의 입건에 대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한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이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됐다가 지난 11일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용산서 전 정보계장 정모씨는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