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소리만으론 스토킹 성립 안 돼”… 전 남친에 ‘부재중 전화 51통’ 건 10대 ‘무죄’

 

전 남자친구에게 ‘부재중 전화’ 수십통을 건 혐의로 기소된 10대 여성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0단독(현선혜 판사)은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A(19·여)양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A양은 지난 1월8일부터 11일까지 나흘간 옛 남자친구 B(38)씨에게 51차례 전화를 걸어 스토킹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양은 새벽부터 저녁까지 하루에만 39차례나 전화를 건 날도 있었으며, B씨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같은 달 17일과 3월15일 두 차례 B씨 집으로 찾아가기도 했다.

 

검찰은 지난 5월 A양의 행위가 스토킹 혐의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으나 그는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계속 전화를 걸었는데도 상대방이 받지 않아 벨 소리만 울렸고 ‘부재중 전화’가 표시됐다면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날 “스토킹법상 전화나 정보통신망으로 음향을 도달하게 해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행위는 반복해서 음향을 보내는 송신과 이를 받는 수신이 있어야 한다”면서 “상대방 전화기에서 울리는 ‘벨 소리’는 정보통신망을 통해 송신된 음향이 아니다. 반복된 전화기의 벨 소리로 상대방에게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했더라도 법 위반이 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는 또 “B씨의 휴대전화에 ‘부재중 전화’나 발신 번호가 표시됐더라도 이는 휴대전화 자체 기능에서 나오는 표시에 불과하다”면서 “‘부호’를 도달하게 한 경우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27일 인천지법 형사9단독(정희영 판사) 역시 유사 사건 재판에서 50대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부재중 전화는 스토킹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잇단 법원 판결에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스토킹을 정의한 법 규정을 지나치게 법 기술적으로만 해석해 피해의 맥락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했다”라고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