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량 기준 세계 3위였던 가상화폐거래소 FTX가 11일(현지시간) 파산을 신청했다. FTX는 지난 2일 코인데스크가 FTX 계열사인 알라메다리서치의 재무제표를 입수해 “FTX가 자체 발행 가상화폐인 FTT를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아 몸집을 키웠다”며 재무건전성 이슈를 제기했다. 닷새 뒤인 7일 세계 1위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가 “보유한 FTT를 모두 처분하겠다”고 선언하자 대규모 인출 사태가 벌어져 치명타를 맞고 마침내 11일 파산을 신청했다.
이를 계기로 비트코인 가격이 폭락했다. FTX CEO 뱅크먼프리드가 솔라나 기반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프로젝트 세럼을 만들고 FTX의 대체불가능토큰(NFT) 마켓플레이스에 솔라나와 이더리움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FTX와 연관이 많은 솔라나도 폭락하고 있다. FTX로부터 투자받은 핀테크 업체 로빈후드 주가가 폭락하고, FTX 그룹에 투자나 대출을 해준 블랙록과 세쿼이아캐피털의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를 통해 1억달러(약 1319억원) 가까이 투자하고 있고 삼성전자 산하 투자 자회사 삼성넥스트도 지난해 4억2000만달러(약 5540억원) 규모의 FTX 펀딩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등 기관투자가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일부 스테이블코인의 달러와의 1대 1 패리티도 무너질 조짐이 보이는 등 세계 3위였던 가상화폐거래소 파산 신청의 파장이 일파만파다.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에 이어 이번에는 거래 시스템 전반에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FTX를 통해 거래해 온 한국 개인투자자는 최소 1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다.
FTX 사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보여주었다. 첫째, 160억달러(약 21조1000억원)에 달하는 고객 펀드(자산)에서 절반 이상을 비밀리에 빼내 FTX 130여개 계열사 중 하나인 알라메다리서치에 불법적으로 지원한 의혹이 보도됐다. 알라메다리서치는 파생상품에 투자했다가 대규모 손실을 입어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거래소 고객 자산관리, 즉 투자자 보호 시스템에 큰 문제를 드러냈다. 둘째, 파산 신청 직후 FTX가 보유 중이던 6억6200만달러(약 8732억원)어치의 가상화폐가 갑자기 사라져 해킹 범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보안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