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15일 이틀째 이어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비경제부처 대상 부별 예산안 심사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책임론과 희생자 명단 공개 등을 놓고 또 다시 공방전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참사 책임론이 제기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한 일 등을 문제 삼으며 맹공을 퍼부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한 친야 성향 온라인 매체의 참사 사망자 명단 공개를 ‘반인권적 행태’라고 지적하면서 화살을 야권으로 돌렸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이 장관을 집중 질타했다. 주철현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예결특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 장관을 향해 “장관 자리를 끝까지 지키는 게 대통령의 본뜻이라 생각하나”라며 “모르면 고위공직자로서 당연히 사의를 표명해 재신임 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다그쳤다. 이에 이 장관은 “한 번 생각해보겠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적이 있느냐”는 주 의원의 질의에는 “제가 직접 말씀드리기 곤란하다”고 했다.
같은 당 전용기 의원은 이 장관에게 “자신의 책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따졌다. 이 장관은 “법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 정치적 책임이 있을 수 있다”며 “그것은 수사기관에서 현재 수사하고 있으니 밝혀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순방길에 오르기 전 이 장관의 등을 토닥인 일을 거론하면서 “장관에게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수사가 들어왔을 때 ‘지휘 책임이 없었다’고 빠져나갈 게 뻔하다”고 쏘아붙였다. 이 장관은 “저는 책임이 없다고 말한 적 없다”며 “책임을 회피한다는 식의 오해는 이제 더 안 해줬으면 한다”고 맞섰다.
이 장관은 오후에도 야당의 거듭된 사퇴 요구에 “우선 이 사태를 극복하고 해결하려면 차가운 이성으로 해야지, 감정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무조건 책임자만 바꾸면, 새로 오는 사람은 과연 그 사고에 있었던 사람만큼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경찰 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당시 현장에 있던 경찰과 소방관 등 실무진에게 집중된 것과 관련해선 “지금 자꾸 일부 언론이나 야당에서 ‘꼬리 자르기’라고 (주장)하는데, 전혀 아니다”라며 “앞으로 수사 진행 방향을 보면 알겠지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하고, 진실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전날 친야권 성향 신생 매체 ‘민들레’와 ‘시민언론 더탐사’가 이태원 참사로 사망한 155명의 실명이 담긴 포스터를 공개한 일을 집중 질타했다. 배현진 의원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사망자 명단 공개에 어떠한 문제가 있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사망한 피해자들을 거명한다는 것은 결국은 유족에 대한 2차적 ‘좌표찍기’의 의미가 있다”면서 “명단 유출 경로에서 불법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말로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이렇게 되면(명단이 공개되면) 피해자들에 대해서 음란물 유포나 모욕, 조롱과 같은 식의 범죄행위가 있을 수 있다”며 “그리고 그런 범죄 행위는 이미 발생해서 제가 보고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도 덧붙였다.
예결특위는 오는 17일부터 예산안조정소위원회의 정부 각 부처 세부 사업별 감액·증액 심사를 거쳐 이달 30일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을 의결할 방침이다. 새해 예산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 법정 시한은 매년 12월2일이다.
한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6일 전체회의에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 총괄 책임자였던 이임재 전 서울 용산경찰서장과 서울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 근무한 류미진 전 인사교육과장(총경) 등을 증인 신분으로 출석시켜 부실 대응 의혹을 추궁한다. 이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도 출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