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3일 서울 중랑경찰서 소속 경찰관들은 서울 중랑구 면목동에 위치한 한 모텔 객실을 급습했다. 전날 오후 10시쯤 해당 모텔 주인으로부터 ‘장기간 숙박 중인 남녀가 있는데 의심스럽다’는 119 신고를 받은 터였다. 경찰은 모텔에 출동해 심천우(36)와 강정임(41)을 체포했다. 이들은 2017년 6월24일 경남 창원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골프 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던 40대 여성을 납치해 살해한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였다. 경찰은 모텔 주인의 결정적 제보 덕에 9일간 도주 중이던 이들을 검거해 자백을 받아냈고, 대법원은 1년여 뒤 이들에게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당시 이들을 경찰에 제보한 모텔 주인은 추후 특정범죄신고자 등 보호법(범죄신고자법)에 따라 일정 액수의 구조금을 받았다. 심천우와 강정임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해 제보자에게 보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범죄신고자를 위한 구조금 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올해 구조금을 받은 범죄신고자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범죄신고자들은 구조금 제도가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수사기관 역시 이를 범죄신고자에게 고지해야 할 의무가 없다 보니 제도가 사문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보호 가능한 신고자의 범위를 넓히고, 수사기관이 범죄신고자에게 권리 고지를 의무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16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범죄신고자법에 명시된 구조금을 지급받은 특정범죄신고자는 한 명도 없다. 2017년 13건이 지급됐으나, 2018년 2건으로 감소하더니 2019년 2건, 2020년 8건에 그쳤다. 지난해에도 구조금이 지급된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범죄신고자법은 신고자 본인이나 친족 등이 범죄신고로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어 이로 인한 중대적 경제적 손실이나 정신적 고통을 받을 경우 국가가 범죄신고자에게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범죄신고자 등이 직접 신청해야 하며. 신청이 접수되면 각 지방검찰청의 범죄피해구조심의회에서 지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구조금 지급 제도가 유명무실해진 가장 큰 이유로는 수사기관이 범죄신고자에게 해당 권리를 고지할 의무가 없는 점이 꼽힌다. 일반 시민인 범죄신고자 입장에선 모든 제도를 알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 범죄피해자보호법엔 ‘국가는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범죄피해 구조금 지급 등 범죄피해자의 지원에 관한 정보를 범죄피해자에게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피해자와 유사한 범주로 묶을 수 있는 범죄신고자에 대한 법엔 권리고지 조항이 없는 셈이다.
송귀채 서울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국민이 모든 제도를 알 수 없기 때문에 한 개인이 어떤 제도에 해당하면 국가가 국민에게 권리가 있음을 고지하고 국민이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보호해 줘야 한다”며 “그냥 제도만 만들어놓으면 있으나 마나 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이 살인이나 강도, 마약수입 범죄, 인신매매 등을 알린 신고자만 보호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가정폭력 등도 보복 가능성이 큰 범죄 중 하나인데, 현행법상 가정폭력 신고자는 범죄신고자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지난달 가정폭력 범죄와 스토킹 범죄도 범죄신고법상 특정범죄에 포함하도록 하는 범죄신고자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두 범죄에서도 범죄신고자에 대한 가해자의 보복범죄가 발생해 강력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고 개정안 발의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