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 달째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그사이 북한은 한·미·일을 향해 수위와 빈도를 조절한 다양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이 막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방편으로 저·고강도 도발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1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고강도 도발에 나선 것은 한·미·일 공조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담긴 행보로 읽힌다.
◆북 ICBM 발사, “한·미·일 공조 맞대응 의지 표출”
북한이 보름 만에 ICBM을 재발사한 것은 최선희 외무상이 한·미·일을 향해 내놓은 경고성 담화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국제정세 관망하던 北…긴장수위 최고조 올리나
이날 외교가에서는 최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및 G20(주요 20개국),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한·미·일·중 연쇄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입장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직후에 이번 북한의 대형 도발이 감행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북한이 일련의 정상외교 결과를 지켜본 결과 주요국들이 여전히 단합된 대북 대응을 하기 어렵다는 판단하에 이번 대형 도발을 감행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4일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린 첫 대면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선명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평행선을 달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중국의 지지를 확인한 후 도발의 강도를 다시금 높이고 있다”며 “지난주 다자 외교무대가 펼쳐진 8일간 침묵했던 북한이 다자 회담이 끝나자마자 고강도 도발을 재개한 것은 중국이 사실상 북한 입장을 옹호한 결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박 교수는 “북한이 고비용으로 단기간 집중 도발을 통해 최대치의 긴장을 조성한 후 국면을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ICBM 발사 성공에 모습 드러내나
이날까지 북한 매체의 보도를 종합하면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찾아 강연한 이후 모습을 감췄다. 일각에서는 지난 3일 평양 순안 일대에서 쏜 신형 ICBM ‘화성-17형’이 발사에 실패하면서 잠행이 길어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시 화성-17형은 2단 분리까지는 성공했으나 이후 정상 비행을 하지 못해 동해상에 추락한 것으로 판단됐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3월25일 ICBM 발사에 성공한 다음날 뮤직비디오 형식의 화려한 영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쏜 ICBM이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권에 넣을 정도의 비행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면서 김 위원장이 이를 계기로 다시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번 ICBM 발사가 한·미·일 공조에 반발하는 동시에 지난번 실패를 만회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면서 김 위원장이 직접 발사현장에서 참관하는 모습을 공개해 이 같은 의지를 피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