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소 늦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환율이 비교적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국내 자금시장 경색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이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 대신 ‘베이비스텝’(〃 0.25%포인트 〃)을 밟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20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오는 2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현재 3.00%)를 결정한다.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5%대로 높고, 미국(3.75~4.00%)과 기준금리 차이도 1%포인트(상단 기준)까지 벌어진 상황에서 기준금리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이번에도 기준금리가 오르면 올해 들어 7·10월 빅스텝을 포함 여섯 차례(4·5·7·8·10·11월) 연속 인상이다.
지난달 금통위 직후에는 이번 금통위에서 2연속 빅스텝을 단행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지난 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연속 ‘자이언트 스텝’(〃 0.75%포인트 〃)을 밟으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국제 결제·금융거래의 기본 화폐)가 아닌 원화 입장에서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외국인 투자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 위험이 커진다.
자금시장 경색과 경기침체 우려 등 그동안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타나는 것도 한은으로선 부담이다. 지난달 12일 빅스텝 결정 당시에도 주상영·신성환 금통위원은 경기침체 가능성 등을 들어 0.25%포인트 인상 의견을 낸 바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지난 15일 “환율 급등으로 인한 물가 상승, 채권투자자금의 이탈 등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국내 신용경색으로 전이될 경우 경기침체 심화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한국의 최종금리 수준을 3.50~3.75%로 보고 있다. 이달 한은이 베이비스텝에 나서면 한국(3.25%)과 미국(3.75∼4.00%)의 기준금리 차이는 0.75%포인트로 좁혀진다. 하지만 연준이 다음달 최소 빅 스텝만 밟아도 격차는 1.25%포인트로 다시 벌어진다. 또 연준이 시장 전망대로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5% 이상으로 더 끌어올릴 경우, 한은도 비슷한 시점까지 금리를 계속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정기예금 등 수신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은행의 예금금리 인상이 시중 자금을 빨아들여 제2금융권의 유동성 부족을 야기할 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등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10월 신규 취급액 기준 3.98%로, 공시 시작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신(예금) 상품 금리가 반영되는 코픽스는 최근 은행권 수신금리가 오르면서 급등했는데, 이는 결국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새 코픽스 공시 직후 주요 시중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상단은 7%대로 오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