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첫 대면 정상회담을 한 이후 미·중 간 분야별 대화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중국 측 발표에 따르면 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외교팀 간 전략적 소통 유지 및 정기적 대화, 재정팀 간 거시경제 정책·경제 및 무역 등과 관련한 대화 지속에 동의했다.
또 보건과 농업, 식량 안보 등과 관련한 대화와 협력,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성공을 위한 공동 노력 등에도 뜻을 같이했다.
양국 국방 당국 간 대화가 열리면 중국이 8월에 단절을 선언한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 군사안보 협의체 회의, 전구(戰區) 사령관 통화 채널 등을 복원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이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성을 보이는 점이 눈에 띈다. 미국과의 회담 일정이 합의되기 전에 관련 발언을 하는 것에 극히 신중했던 중국 당국의 관행으로 볼 때 국방부 대변인의 언급은 이례적이었다.
또 시진핑 주석이 APEC 계기에 19일 미국의 2인자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짧은 대화를 한 것을 중국 측이 자국 매체를 통해 적극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었다. 중국은 시 주석이 두 손을 모은 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담은 관영 신화통신 사진을 공개했다.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냉각기를 보낸 양국이 대화 재개에 시동을 건 것은 우선 양국 모두 중대 정치일정(중국의 20차 당 대회와 미국의 중간선거)을 무난히 마무리하면서 여유가 생긴 측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요한 정치 일정을 앞두고는 대중, 대미 정책의 선명성을 내세웠지만, 그 일정이 끝난 상황에서 양국이 실리적, 실용적 측면에서 양국관계를 관리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가능해 보인다.
치열한 전략경쟁이라는 양국 관계의 본질은 변함이 없지만, 양국 모두 기후변화와 글로벌 경기침체 대응과 같은 국제 이슈에서 협력하는 동시에 무력 충돌을 피하고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전술적 필요를 느낀 데 따른 변화로 읽힌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2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발리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탈선하지 않도록 '가드레일'을 치는 의미가 있었다"며 "서로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공감대가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북핵 문제를 놓고도 미·중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지가 주시해야 할 대목으로 보인다. 핵무기 비확산 문제가 걸린 국제 안보 이슈이면서도 미중 전략경쟁과 연결된 북핵 문제에 대해 양국 북핵 협상 수석대표 또는 외교장관 사이의 대화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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