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지난 18일 MBC 기자가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 격하게 항의한 사건을 문제 삼으며 윤 대통령 출근길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21일 잠정 중단했다. 또 도어스테핑이 이뤄지는 장소에 가벽도 설치했다. 대통령 행보를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선언한 ‘용산 시대’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 근본적인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도어스테핑을)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국민과 열린 소통을 위해 마련했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도어스테핑이) 오히려 국민과의 소통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며 “(18일 도어스테핑은) 고성이 오가고 난동에 가까운 행위가 벌어지는, 국민 모두가 불편해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고 비판했다.
◆野 “눈·귀 틀어막은 좁쌀 대통령” 與 “함량 미달 언론의 난동질 탓”
야당은 21일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 중단을 두고 “좁쌀 대통령”이라며 맹비난했다. 반면 여당은 “잘한 결정”이라며 두둔하고 나섰다.
이날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는 도어스테핑 중단을 둘러싼 비판이 쏟아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자부했던 도어스테핑 장소에 기자와의 설전 직후 경호와 보안을 빌미로 이 정권의 불통과 오기를 상징할 가림막을 세우고 도어스테핑마저 중단한다고 하니 참으로 점입가경”이라면서 “국민 70%가 윤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했다고 압도적으로 지적해도 눈과 귀를 완전히 틀어막고만 있다”고 지적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가벽을 설치한다고 그러는데 차라리 땅굴을 파고 드나들라. MBC 기자가 그렇게 보기 싫고 두려운가”라며 “‘덩치는 남산만 한데 좁쌀 대통령’이라는 조롱이 많으니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안호영 수석대변인도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참 권위적인 발상이고 좀스러운 대응”이라며 “언론과의 소통에 벽을 치고 빗장까지 걸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비판 언론을 왕따시키고 기자들 취재는 제한하면서 친한 기자는 따로 챙기는 것이 윤석열 시대의 언론 정책인가”라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형편없는 언론관으로 유명하지만, 윤 대통령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민주당에 복당 신청을 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도어스테핑 중단과 가벽 설치를 두고 “그것은 공갈”이라며 “좁쌀 같은 대응을 했고 밴댕이 속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풀어가는 대통령이 돼야지 문제를 매일 만들어가는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고 꼬집기도 했다.
정의당도 비판에 동참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이날 열린 상무집행위원회 회의에서 “언론과 국민 사이에 벽을 세우려 한다면 대통령은 국민 불신이라는 벽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의힘은 입을 모아 MBC를 탓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도어스테핑 잠정 중단은 MBC가 초래한 것”이라며 “공영방송이지만 지금까지 일련의 모든 논란에도 사과 한마디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김기현 의원은 “함량 미달 언론의 악의적인 난동질”이라고 비난했다. 권성동 의원도 SNS에서 “MBC는 대통령 순방 중 발언을 자막으로 조작하고, 백악관과 미 국무부에 왜곡된 메일을 보내 동맹을 이간질했다”며 “확실한 재발 방지대책이 없다면, 도어스테핑은 중단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의 모든 책임은 MBC에 있다”고 못 박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SNS 글을 통해 도어스테핑 중단이 “늦은 감이 있지만 참 잘한 결정”이라고 옹호했다. 홍 시장은 “대통령의 국정 능력에 대한 자신감으로 시작한 것이지만 파이널 디시전(최종 결정)을 하는 대통령이 매일같이 결론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대통령의 말씀은 태산같이 무거워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