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 생으로 당연히 어렸을 때 음악을 들었던 것은 LP(Long Play·바이닐 레코드)였고, 뮤지션이 됐을 때에도 (곡 작업은) LP였죠. 어느 순간 CD가 생기고 디지털로 전환됐죠. 그러던 중 4장짜리 LP 작업을 제안받았을 때, 정말 아껴 들었던 매체로 제 음악이 다시 탄생한다는 것은 큰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꼭 하고 싶었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62)이 다음 달 3일과 4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솔로 데뷔 25+1주년’ 기념 콘서트 ‘양방언 네오 유토피아(NEO UTOPIA) 2022’를 개최한다. 지난해 솔로 데뷔 25주년 기념 콘서트를 준비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무산됐고, 그래서 ‘+1’을 붙여 다시 연다.
재일교포 2세이자 대한민국에 국적을 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이 담긴 TV다큐멘터리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도 이름을 널리 알린 양방언은 도쿄대 의대 정형외과 연수 과정을 밟다 음악가로 전업했다. 딱히 영역을 정의하기 힘든 다양한 음악을 선보여왔는데 2013년 18대 대통령 취임식을 위해선 ‘아리랑 판타지’를 작곡, 공연했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공동 음악감독도 맡았다.
‘프런티어’와 ‘에코우즈’는 곧 발매될 예정인 25주년 바이닐 세트에도 수록됐다. 통상 LP라고 불리지만, 바이닐은 크게 3가지로 구분된다. LP는 직경 12인치, EP(Extended Play)는 10인치, 싱글은 7인치 바이닐에 담긴다. 25주년 바이닐 세트는 LP 3장과 싱글 1장으로 구성됐다. LP에는 스튜디오, OST, 라이브 작업물들이 각각 담긴다. 싱글 앞면에는 ‘프런티어’, 뒷면에는 ‘에코우즈’가 수록됐다. 양방언은 “싱글은 LP보다 음질이 더 좋아서 특별한 애착이 있는 ‘프런티어’와 ‘에코우즈’를 25주년에 맞는 음원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콘서트에서도 신곡과 새롭게 편곡한 곡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작년에 하고 싶었던 공연으로,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참았던 1년이 저한테는 좋은 기간이었습니다. 신곡들을 완성할 수 있었고 (체력 등이) 충전된 상태에서 공연을 할 수 있게 됐어요. 저를 비롯해 현악주자 10명, 브라스 4명, 드럼, 베이스 등 뮤지션들이 참아왔던 만큼 많은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더불어 이번 콘서트에서는 밴드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게스트로 출연한다. 양방언은 “한국에 ‘이런 이상한 음악을 하는 팀이 있나’라는 생각에 직접 하현우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찾아가 고기까지 사줬다”며 “(음악적으로) 보고 있는 방향이 너무 비슷해서 지금도 자주 연락하고 있다”고 하현우와 인연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콘서트는 나한테 25주년이라는 하나의 단계를 마무리하는 큰 시점으로, 하현우가 게스트로 참여해준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솔로 데뷔 25년 중 기억 남는 순간에 대해선 한국과 파리를 꼽았다. “솔로 데뷔 3년 뒤 한국에서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는데, 그건 큰 의미가 있어요. 한국이 저와 저의 음악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2015년 11월)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평화를 위한 공연을 열고 며칠 뒤 파리에서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충격이었어요. 그때 음악을 계속해서 평화에 힘을 더 보태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날 중국 영화 주제가 작업을 마무리했다는 양방언은 앞으로 25주년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해 “노래를 들었을 때 ‘양방언답다’라는 느낌을 주는, 난해한 것이 아닌 사람들과 소통하는 작품을 계속 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