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저녁 네덜란드와 세네갈의 2022 카타르 월드컵 A조 조별리그 첫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경기장인 알투마마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이날은 지하철로 이동한 뒤 경기 당일 역과 경기장을 오가며 팬들을 실어 나르는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정류장 앞에 오렌지색 유니폼을 맞춰 입은 네덜란드 팬들과 녹색 유니폼의 세네갈 팬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결전을 앞둬서 긴장한 탓인지 모두 조용하고 침착하게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그런데 막상 버스에 오르고 나니 분위기가 바뀐다. 한 네덜란드 팬이 응원 구호를 외치자 호응이 나오고, 세네갈 팬들도 대응하며 버스 안에선 순식간에 응원전이 펼쳐졌다. 곧 경기를 치를 라이벌이지만 경쟁심보다는 함께 즐기는 듯한 느낌의 응원전이었다. 여기에 버스에 탄 멕시코 팬들이 덩달아 ‘멕시코’를 외치며 시끄럽게 응수한다. 곧 다가올 경기의 설렘까지 더해 마치 수학여행을 가는 버스 같았다. 팬들의 표정도 밝고 즐거워 보였다.
즐거울 만도 하다. 응축된 열정을 터뜨릴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월드컵은 축구팬들이 4년에 한 번씩 마음껏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지만 이번 대회는 오로지 열정만으로 행동해서는 곤란하다. 철저한 이슬람 율법으로 운영되는 국가인지라 금지된 것들이 매우 많은 탓이다. 잘 알려진 술, 돼지고기 외에도 지나친 소란행위와 사진 촬영에 제약이 있는 등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넘친다. 경기장 주변에 관광객의 금지 물품과 금지행위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벽보 크기가 성인 상반신에 가까울 정도로 내용이 빽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