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러 北 ICBM 제재 반대, 이러니 안보리 무용론 나오는 것

The Security Council meets regarding recent missile launches in North Korea at United Nations headquarters, Monday, Nov. 21, 2022. North Korean leader Kim Jong Un says the test of a newly developed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confirmed that he has another "reliable and maximum-capacity" weapon to contain any outside threats. (AP Photo/Seth Wenig)

최근 북한의 잇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논의하기 위해 어제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예상대로 성과 없이 끝났다. 이번에도 미국을 비롯한 서방진영과 한국, 일본 등은 북한의 도발이 안보리 제재 위반이라며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반대하는 바람에 규탄결의안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올해만 무려 10번째 되풀이되는 광경이다. 2017년 결의한 ICBM 발사 자동 대북제재 규정까지 무시하는 바람에 ‘식물 안보리’ ‘안보리 무용론’까지 나오는 지경이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중·러는 “북한의 ICBM 발사는 미국의 군사훈련 때문이니 (즉각) 중단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하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도발하면서 숱하게 주장한 논리 그대로다. 억지가 아닐 수 없다. 북한은 올 들어서만 각종 탄도미사일을 60여차례나 발사하는 등 미사일 폭주를 이어가고 7차 핵실험 버튼까지 만지작거리는 판국이다. 북한의 도발 의지를 꺾기 위해 각종 한·미 연합훈련이 열리고 있다. 그런데도 중·러는 북한의 일탈을 제지하기는커녕 북핵의 정치적 해결을 주장하며 관련국의 ‘냉정과 자제’만을 촉구한다. 특히 중국은 우리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한한령’을 발동하는 등 자위권조차 행사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그러고선 “중국과 한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사할 수 없는 이웃 국가”라는 수사를 늘어놓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중·러가 이렇게 하는 데는 북·중·러를 결속시켜 한·미·일에 대항하는 신냉전 구도를 만들려는 속셈이 깔려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의 도발을 방기하면 북한의 도발 수위는 높아질 것이고, 그럴 경우 대만과 대치하고 있는 중국이나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치르는 러시아에 유리한 구도가 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러가 원하는 대로 될지 의문이다. 북한의 도발은 장기적으로 중·러에 부담만 지우게 될 뿐이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시간문제다. 김정은 정권의 목표는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 수위가 높아지면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는 말할 것도 없고, 전술핵의 공유 또는 재반입, 한국의 자체 핵무장 문제가 본격 논의될 수도 있다. 이러한 대응은 북한뿐 아니라 동시에 중·러를 겨냥한 것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이제라도 중·러는 북한의 잘못을 두둔하는 행태를 버려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동북아와 세계 평화를 지켜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