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망 기반 ‘100년 大計’로 사통팔달 교통천국 꿈꾼다 [민선8기 단체장에 듣는다]

경기 광주시 자족도시 건설 청사진

경강선 광주시 거점 4개 권역 중심
복합환승센터구축·종합터미널 이전
GTX-A 연장 타당성 용역 이미 마쳐
판교∼오포 지하철 8호선 연장도 추진
교통인프라 바탕 도시계획 다시 세워
#.1 경기 광주시에서 서울 광화문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강모(47)씨는 새벽 6시에 일찌감치 집을 나선다. 집 앞 정류장에서 광역버스를 타고 10여개 정류장을 이동한 뒤 지하철 5호선 서울 강동역에서 ‘콩나물시루’ 객차에 가까스로 몸을 싣는다. 이곳에서 다시 15개 역을 지나야 광화문에 닿을 수 있다. 매일 왕복 4시간 가까운 여정에 지친 강씨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연장에 잔뜩 기대를 걸고 있다.

#.2 광주시 오포읍의 중대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정모(38)씨 부부는 최근 집을 팔고 직장이 있는 과천시에 작은 전셋집을 얻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이들이 고민에 빠진 건 만성 교통체증 탓이다. 6∼7년 전만 해도 이곳에서 성남시 분당동을 거쳐 판교IC로 이어지는 국지도 57호선을 통과하는 데 10분 남짓 걸렸지만, 지금은 출퇴근시간마다 30∼40분을 허비하기 일쑤다. 이들은 심각한 정체를 해소하기 위한 지하철 8호선 연장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통지옥’으로 불려온 광주시가 거미줄같이 촘촘한 철도망 구축으로 새로운 100년을 설계하고 있다. 인구 50만에 가까운 대도시로 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교통 인프라 구축을 위해 철도 신설과 연장이란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철도망 개설과 병행될 복합환승센터 건설과 역세권 개발은 미래도시 광주를 향한 첫걸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철도망 기반 미래 100년 설계… 출퇴근시간 만성 교통체증

광주시의 급속한 인구 증가는 ‘풍선 효과’와 관련이 깊다. 다양한 형태의 주거지를 찾아온 이주민들의 영향이 크다. 시내 첫 계획도시인 태전지구에는 120만㎡ 넓이에 1만9000여가구가 들어섰다. 과거 논밭이 널려 있던 곳에 유명 아파트 단지가 줄줄이 들어서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주거지로 변모했다.



연립주택과 타운하우스, 아파트 등이 들어서며 난개발이 이뤄진 오포읍, 신현·능평동 일대의 경우 10년간 주민이 2배가량 늘었다. 인근 분당신도시를 거쳐야 서울 접근이 가능해 고질적 교통체증을 겪는 지역으로 지목받는다.

이처럼 급격한 개발은 곳곳에서 부작용을 낳았다. 기존 차량에 시를 거쳐 가는 통행차량까지 혼재하면서 주민들은 이동에 불편을 겪는다. 덤프트럭 등 대형차량까지 좁은 도로를 이용하다 보니 늘 교통사고 위험도 도사린다. 이렇게 빚어진 교통체증은 인근 도시 가운데 최악으로 꼽힌다.

이를 파악한 시는 교통 문제 해소에 명운을 걸고 있다. 현재 국도 3호선과 경충대로는 동서축으로, 국도 43·45호선과 중부고속도로, 세종∼포천 고속도로 등은 남북으로 광주시를 가로지른다. 하지만 이들 간선도로의 용량은 포화 상태다.

최근 시민들은 철도망 구축사업에 남다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성남 판교역 7분, 서울 강남구 수서역 12분, 강원 강릉역 1시간30분 등 입체적 시간표까지 제시되면서 기존 도로 체계에서 벗어난 철도망 개설이 광역교통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대안으로 떠올랐다. 시는 통행량을 분산해 접근성을 높이면 생산인구 유입과 지역경제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

2016년 개통한 경강선은 시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대표 철도망이다. 중심축은 경기광주역이다. 지난달 기준으로 하루 이용객만 1만3000명을 웃도는데, 세 정거장만 이동하면 판교까지 닿을 수 있는 이동 편의성 덕분이다.

신분당선, 분당선과 환승 가능한 판교역, 이매역과 비교해도 경강선 가운데 이용객이 가장 많다. 인근 송정동과 태전지구의 아파트 단지 주민 상당수가 이용하기 때문이다. 광주중앙도서관과 가깝고 역동 등 주변 역세권 개발까지 이뤄져 많은 노선버스가 경유한다. 다만, 배차 간격이 15∼20분으로 길고 4량 1편성에 그치는 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시는 현재 11개 역(광주시 4개 역)으로 이뤄진 총연장 57㎞의 경강선이 2027년 ‘경강선 통합노선’으로 운행된다고 밝혔다. 수인선, 월곶∼판교선, 성남∼여주선, 여주∼원주선, 원주∼강릉선이 모두 개통해 연결되면 인천에서 강릉까지 1시간50분 만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KTX는 인천 송도에서 강릉까지, 일반 전동차는 인천 연수에서 여주까지 운행되는데 모두 경기광주역에 정차한다.

시는 경강선 통합노선 구축과 함께 이용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경기광주역에 상업·문화·숙박 기능을 갖춘 복합환승센터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1.6㎞ 떨어진 종합버스터미널도 이전해 도로망과 연계할 방침이다. 이처럼 철도는 시민 생활을 바꿔 도시 계획까지 재편하고 있다.

◆GTX-A, 수서∼광주선, 8호선 연장 등 대안으로… 도시 계획도 재편

시는 교통난 해결의 대안으로 철도의 비중을 키우는 데 방점을 찍었다. 수서∼광주선(수서∼모란∼광주)과 경강선 연장(광주∼용인), 광역철도 GTX-A의 광주 연장(삼성∼수서∼모란∼광주∼이천∼여주), 위례∼삼동선(위례∼성남∼삼동)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일반철도 수서∼광주선의 복선전철화 사업은 올 연말 착공 예정이었지만 기획재정부에서 사업비 증액이 필요하다며 적정성을 재검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수서역에서 성남시 모란역, 경기광주역까지 이어지는 총연장 19.48㎞(신설 14.48㎞) 노선으로, 사업비는 9450억원에 달한다. 수도권 북부(청량리)로 집중된 열차 운행을 남부(수서)로 이원화해 병목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사업이다. 철도망이 열리면 경기광주역에서도 고속열차 이용이 가능해진다.

일반철도 경강선 연장은 제4차 국가철도망사업의 추가검토사업에 선정됐다. 제5차 사업에선 신규 사업 반영이 추진되고 있다. 총연장 40.2㎞에 달하는 노선은 태전, 고산, 양벌 등 수도권 동남부 교통 여건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도시철도 판교∼오포 8호선 연장은 지난 5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정책과제로 채택됐다. 경기도의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이 내년 5월까지 진행되고 국토교통부 심의를 거쳐 2024년 이후 예비타당성 조사가 이어진다. 신현·능평동, 오포읍 일대의 교통난 해소가 기대되지만 올 하반기 모란∼판교 노선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

대통령 국정과제로 채택된 광역철도 GTX-D 광주 연장은 국토부가 지난 6월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수서∼광주선, 경강선을 활용한 Y자 형태의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으로 긴 사업 기간과 막대한 사업비 탓에 추진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대신 시는 총사업비 7800여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GTX-A 노선의 연장을 위해 인근 이천·여주시와 협력하고 있다. GTX-A 광주 연장은 지난해 12월 사전 타당성 용역을 마친 상태로, 2024년 개통 예정인 GTX-A 노선과 연계해 수서에서 분기하는 철도망이다. 수도권 내 30분 통행을 실현해 출퇴근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서울 강남권 접근을 높이기 위한 광역철도 위례∼삼동선은 성남시와 함께 지난 4월 용역에 착수했다. 위례신사선을 광주시까지 연장하는 것으로, 내년 4월 용역이 완료되면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으로 신청할 계획이다.

◆방세환 광주시장 “도심 스파이더 웹라인 추진 교통망 중심 지역 균형발전”

 

“3대가 행복한 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방세환(사진) 경기 광주시장은 인구 40만을 넘어선 광주시를 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진 자족도시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존 1도심(경안), 2부도심(오포, 곤지암) 체계를 최근 삼동을 포함해 1도심, 3부도심 체계로 개편했다. 경강선 역세권을 중심으로 ‘스파이더 웹 라인’을 추진하는 걸 염두에 둔 것이다.

 

개발이 더딘 북부지역도 하나의 생활권으로 삼아 균형발전 권역으로 지정했고, 원도심에는 도시재생 권역을 설정해 활성화를 유도할 방침이다.

 

방 시장이 구상해온 시의 발전 계획에는 이처럼 ‘교통’이 바닥에 깔려 있다. 그는 “광주시는 도농복합의 성격이 강해 도로를 새로 내기가 쉽지 않다”며 “이런 조건에서 서울 지하철 8호선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노선 연장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 시장은 1995년부터 정당 활동과 지역 시민단체 활동을 이어왔다. 특별대책지역 수질보전 정책협의회와 경안천 시민연대 등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시의 발전 밑그림을 그렸고, 취임 이후 정부와 경기도, 주변 도시와의 협업을 내세우고 있다.

 

그가 바라본 광주시의 문제점은 중복 규제가 많다는 점이다. 개발이 제한된 팔당특별대책권역과 상수원보호구역 등이 상당수인 데다, 면적의 3분의 2 이상이 산지라 대규모 개발이 어렵다. 조그마한 골목에 30개 동 넘는 빌라가 빼곡히 들어서는 경우도 있다.

 

방 시장은 신현·능평동과 오포읍 일대의 교통난 해소를 거론했다. 그는 “지하철 8호선 판교∼오포 연장은 경기도의 도시철도망 구축 계획에 반영되고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해야 한다”며 “선행사업인 모란∼판교 연장이 좌절될 경우 별도 노선인 경량전철 시스템 신설을 도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환승센터도 대안이다. 철도망 개설 전까지 신현동에 환승센터를 만들어 출퇴근시간대 고질적 교통체증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향후 수서∼광주선, 경강선 통합노선, GTX 도입 등에 따른 경기광주역 복합환승센터 추진 계획에 대해선 “경기도의 최종 후보지로 선정되면 시설 배치와 건축 계획, 연계 교통안 등이 용역을 거쳐 마련된다”며 “환승센터 지정과 함께 국비 지원을 받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