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잡기에 집중했더니’…홍역, 전 세계 유행 가능성에 ‘비상’

WHO‧美 CDC 보고서…“전 세계 홍역으로 ‘절박한 위협’에 놓여”
작년 어린이 4000만명 예방 접종 놓쳐…영유아 백신 접종률 최저
미국 등 일부 지역 이미 유행 조짐…“문제 완화 12~24개월 걸려”
홍역 예방주사 맞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 어린이.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홍역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세계 보건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관련 백신 접종에 치중하느라 다른 백신 접종이 미뤄지거나 생략되는 경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홍역은 전염력이 강력한 탓에 영유아 예방 접종이 필수적이지만, 이처럼 집단 면역에 구멍이 생기면서 미국 등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유행 조짐이 우려되고 있다. 

 

로이터, AP통신 등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현지시간) 공동 보고서에서 지난해 홍역 백신 접종을 놓친 어린이가 전 세계에서 4000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 세계가 홍역으로 ‘절박한 위협’에 놓이게 됐다고 두 기관은 진단했다. 

 

홍역에 특정 치료법은 없으며, 2회 백신 접종으로 중증 또는 사망을 97%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하지만 감염재생산지수(1명의 감염자가 감염시키는 사람 수)가 18로, 지구상에서 전파력이 가장 좋은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인구 중 최소 95%가 면역력을 갖춰야 유행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1회 접종 어린이는 81%, 2회 접종 어린이는 7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8년 이후 백신 접종률(1회 기준)이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WHO 소속 전문가인 패트릭 오코너 박사는 “우리는 기로에 서 있다”라면서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12~24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홍역 예방접종. 유니세프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홍역은 영유아 예방 접종 중 하나로 2회에 걸쳐 백신을 맞도록 돼 있는데,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기존 의료 체계가 흔들린 데다 백신 접종을 둘러싼 가짜 뉴스가 확산한 탓에 홍역 백신 접종이 저조해진 것으로 풀이됐다.

 

로셸 월렌스키 CDC 국장은 “홍역에 면역력이 없는 아동이 기록적 수치를 찍은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방역 체계가 심각한 타격을 받았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지난해 전 세계 홍역 감염자는 900만명, 사망자는 12만8000명이다. 사망자의 95% 이상은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서 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국제연합(UN)도 지난 7월 2500만명의 어린이가 코로나19 탓에 디프테리아를 포함한 예방 접종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홍역 유행 조짐이 나타나는 상황이다. 현재 2세 아래 미국 영유아 중 백신 접종률은 90.4% 정도로, 최저 방어선인 95%를 크게 밑돈다.

 

7월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 대유행 기간 홍역 백신 접종이 저조해지면서 어린이 중 13% 이상이 홍역에 취약한 상태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2014년 홍역 퇴치를 선언하고 WHO로부터 인증까지 받았지만, 전 세계적인 홍역 박멸이 이뤄지지 않아 해외 유입 등으로 산발적인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