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다만 인상 폭은 ‘베이비 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이는 5%대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1%포인트에 달하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로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했지만, 경기 침체와 채권 등 자금시장 경색 위험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다소 늦춘 것으로 보인다. ‘물가 잡기’를 위한 기준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3.50∼3.75% 수준에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한미 금리 역전 압박에 6연속 기준금리 인상 불가피
한은 금통위는 24일 통화정책방향회의 의결문에서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상한 데 대해 “높은 수준의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어 물가안정을 위한 정책 대응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6.3%) 정점을 찍은 후로도 여전히 5%대 중후반의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의미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10월 생산자물가지수(잠정) 역시 9월보다 0.5% 높아졌는데, 생산자물가가 일반적으로 1개월 정도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향후 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3일(현지시간) 공개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 통화 긴축 속도 조절론이 제시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4연속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결정 당시 위원 다수는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다음달 FOMC에서 연준이 빅 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에 힘이 실린다.
◆기준금리 3.75%까지 오를 가능성도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금리 수준은 3.50∼3.75%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간 의견이 나뉘었다”면서 “3.5%가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3명, 3.25%가 1명, 3.5%에서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명이었다”고 전했다. 한은 금통위는 이 총재를 포함해 모두 7명으로, 이 총재는 구체적인 최종금리 수준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물가(상승률)가 한은 목표 수준(2%대)으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다는 증거가 확실한 이후 금리 인하에 관한 논의를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지금 금리 인하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또 현 기준금리 3.25%에 대해서는 “중립금리 상단 또는 그것보다 조금 높은 제한적 수준으로 진입한 상태가 됐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