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주변인들의 계좌 추적에 나선 것은 사실상 이 대표에 대한 강제수사에 돌입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조만간 압수수색, 소환 조사 등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3인방’ 중 마지막으로 풀려난 김만배씨가 입을 열어 이전에 석방된 이들의 폭로를 뒷받침할지도 이번 수사의 향배를 가를 변수다.
◆김용·정진상이 대장동 일당서 받은 불법자금, 李에게 갔나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남욱 변호사,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에게 받은 돈의 종착지가 이 대표 측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풀려난 김만배의 입에 주목… 천화동인 1호의 원래 주인은 李?
대장동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씨가 이날 구속 1년 만에 석방되면서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에 이어 그의 입이 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김씨는 전날 “법정에서 모든 것을 말하겠다”고 선을 그었지만 심경 변화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김씨는 이날 새벽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소란을 일으켜 여러모로 송구스럽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을 풀 열쇠를 쥐고 있다. 천화동인 1호는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소유로, 대장동 민간 사업자의 개발 수익 4040억원 중 가장 많은 1208억원을 챙겼다. 2019∼2020년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에서 김씨가 “천화동인 1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실소유주가 따로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해 검찰 수사에선 유 전 본부장이 실소유주로 지목됐다. 정민용 변호사가 지난해 10월9일 검찰에 제출한 자술서에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라고 말했다”고 썼다는 점이 알려지면서다. 그러나 이틀 뒤 김씨는 검찰에 출석하며 기자들에게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 주인이라면 나한테 찾아와서 돈을 달라고 하지, 왜 정 변호사에게 돈을 빌렸겠느냐”고 부인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이 대장동 사건을 재수사하면서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 대표 측의 것이라는 의혹이 다시 불거졌다. 지난 4일 검찰이 법원에서 발부받은 정 실장 압수수색 영장엔 “김씨가 천화동인 1호를 정진상·김용·유동규 몫으로 배정했다”고 적시됐다. 남 변호사도 지난 21일 법정에서 “천화동인 1호 지분이 이재명 (성남) 시장 측 지분이란 것을 김씨에게 들어 알고 있었다”고 폭로했다.
남 변호사 등의 폭로 상당수가 김씨 발언에 대한 전언인 만큼 김씨가 법정에서 어떤 증언을 할지에 따라서 천화동인 1호 실소유주 의혹뿐 아니라, 권순일 전 대법관이 연루된 이른바 ‘재판 거래’ 의혹의 실체가 규명될 전망이다.
이날 정 실장의 구속적부심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검찰은 정 실장의 신병을 확보한 채 수사를 이어 갈 수 있게 됐다. 정 실장이 낸 구속적부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1부(재판장 양지정)는 “피의자 심문 결과와 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