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핼러윈을 앞두고 이임재(53) 전 용산경찰서장(총경)이 상부에 경비 기동대 배치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고 잠정 결론내렸다.
용산경찰서의 기동대 요청 여부는 부실한 사전 대비의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핵심 열쇠로 꼽혔다. 이 전 서장은 부하 직원에게 지시해 서울경찰청에 기동대 배치를 요청했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특수본 관계자는 25일 브리핑에서 "이 총경의 진술 이외에 경비 기동대 요청을 지시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나 관련자 진술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참사 현장 인근에서 수거한 폐쇄회로(CC)TV와 SNS 영상, 도로 경사도·폭 등 감식 결과를 토대로 사고 전후 인파 군집도 변화와 피해자들이 넘어지기 시작한 지점 등을 분석했다.
특수본은 사고 원인과 경과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시뮬레이션 결과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으나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특수본은 참사 당일 상황관리를 맡은 전 서울경찰청 112상황3팀장 정모 경정과 류미진(50) 전 서울경찰청 인사교육과장(총경)을 이날 오전 10시 함께 불러 조사 중이다.
정 경정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된 후 첫 피의자 출석이다. 류 총경은 지난 18일에 이어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받는다.
특수본은 이들을 상대로 참사 당일 서울청 112치안종합상황실 근무를 하면서 이태원에서 발생한 긴급상황을 제때 파악하지 못하고 지휘부에 늑장 보고한 구체적인 경위를 집중해서 추궁하고 있다.
정 경정은 지난달 29일 참사가 벌어진 지 1시간24분 지난 오후 11시39분에야 당시 서울청 상황관리관 당직 근무를 하던 류 총경에 처음 보고했다.
당직근무 장소인 112상황실 아닌 인사교육과 자신의 사무실에 있던 류 총경이 이때서야 상황을 인지하면서 지휘부 보고가 연쇄적으로 지연됐다. 류 총경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한 시각은 이튿날 0시1분이다.
특수본은 류 총경을 직무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그러나 상황관리관에게 늑장 보고한 정 경정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수본은 내주 신병처리 결정을 앞두고 주요 피의자 2차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수본은 전날 이 전 서장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오는 26일 최성범(52) 용산소방서장을, 내주 초 박희영(61) 용산구청장을 재소환한다.
핼러윈 위험분석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에 연루된 박성민(55)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과 전 용산서 정보과장 김모 경정도 추가 조사 일정을 조율 중이다.
특수본은 주요 피의자와 참고인 진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다음 주께 구속영장 신청 대상을 선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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