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부동산 대출 규제가 완화되지만 시중은행들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은 데다 고금리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은행권은 이번 대출 규제 정상화 시행이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확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7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다음달 1일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 포함)의 주담대비율(LTV)이 50%로 일원화되고,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아파트 주담대도 허용된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 은행업 감독규정에 따라 서민·실수요자에 대한 주택대출 한도도 4억원에서 6억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은행권은 일단 시행일에 맞춰 전산시스템 변경과 매뉴얼 개정 등 관련 준비를 해나가고 있다. 다만 영업점에 특별 영업 지침을 내려보내거나 공격적인 마케팅 계획을 수립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시장 침체 분위기 속에서 이번 대출 규제 정상화가 실제 대출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규제 핵심인 DSR가 여전한 점도 주담대 확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부터 적용된 현행 DSR 규제(3단계)는 총대출액이 1억원을 넘으면 원칙적으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제2금융권 5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정부는 LTV 규제 등을 완화하는 것과 달리 DSR 규제는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DSR 규제가 유지되는 이상 고소득자를 제외하면 LTV 등 다른 대출 규제 완화 효과는 제한적이다. 은행권 분석에 따르면 연봉이 5000만원인 무주택자가 14억원 아파트 구입 시 LTV 규제가 50%로 낮아져도 주담대 최대 한도(금리 4.8%·40년 원리금 균등 분할상환 가정 시 3억5500만원)는 기존보다 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DSR 규제 한도(40%)를 이미 최대치로 적용받았기 때문에 LTV가 완화돼도 대출 한도에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주담대 잔액 증가 폭 둔화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의 ‘2022년 3분기 가계신용(잠정)’ 통계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56조8000억원으로 2분기 말보다 3000억원 줄었다. 가계대출 가운데 주담대(잔액 1007조9000억원)는 6조5000억원 늘었지만, 증가 폭은 2분기(8조7000억원)보다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