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길어질수록 피해 ‘눈덩이’ 오늘 정부와 교섭이 최대 고비 대화와 타협으로 절충점 찾길
화물연대 파업이 나흘째를 넘기면서 예상대로 산업 현장 곳곳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다. 특히 시멘트와 철강재의 공장 출하가 막히며, 그 여파가 아파트 공사장 등 연관 산업으로 번지고 있다. 주요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수출입 업체들이 아우성이다. 파업이 이번주까지 계속된다면 지난 6월 물류대란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재계가 “집단 이기주의”라고 비난하지만, 안전운임제 유지와 적용 대상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연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안전운임제의 영구화 주장은 ‘특혜의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으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피해가 확산하자 대통령실과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선 29일 정례 국무회의에 업무개시명령안이 상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불가피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업무개시명령을 통해서라도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경제는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공급망 부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가 더 휘청거릴 수 있다. 지난 5년간 나라의 기강과 원칙은 송두리째 무너졌다. 정부가 늘 하던 대로 경제위기와 시민불편을 앞세워 ‘말뿐인’ 엄정 대처를 반복해선 안 된다. 정부가 화물연대에 굴복한다면 다른 노조 역시 막무가내식 요구를 계속할 것이 뻔하다.
그동안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대응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이란 정부의 약속을 믿고 파업을 중단했던 화물연대가 5개월 만에 다시 파업에 나선 데는 그런 약속을 등한시한 정부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화물연대가 자기 입장만 고집해선 안 된다. 그동안 강성 노조는 이익집단이 돼 자기들만을 위한 부당한 요구와 정치투쟁을 일삼아 국민의 눈총을 받았다. 지난 24일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한 전국철도노조가 대체 인력으로 투입된 군인들에게 “기관사 휴게시설을 뺏지 말고 야영을 하라”는 취지의 경고문을 붙인 것도 일그러진 노동운동의 단면이다. 국민들의 우려가 큰 만큼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고 합당한 선에서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에 앞서 오늘 화물연대와 협상테이블에 앉아 교섭을 벌인다. 정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기 및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이고, 화물연대 측은 거세게 반대하고 있어 간극이 크다. 타협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파국을 막는 최선책은 늘 대화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