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더불어민주당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파면 요구를 일축한 상황에서도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 기한으로 내건 28일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애초 예고했던 대로 이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 카드 중 하나를 던지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8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국회가 가지고 있는 권한 헌법과 국회법이 정한 국회의 권한을 발동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국회는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권과 탄핵소추권을 갖고 있다”며 “재적의 3분의 1 이상 의원 동의로 해임건의안이나 탄핵소추안이 발의될 수 있고, 재적의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 파면 기한을 28일로 내걸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국회가 직접 나서겠다고 밝혔었다. 민주당은 전날(27일)에도 재차 이 장관 파면을 요구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일찌감치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 발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민주당이 거대 야당이라는 점에서 두 가지 모두 단독 처리가 무리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저울질 중인 두 가지 대응 중 해임건의안은 탄핵소추안보다 정치적 부담이 덜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앞서 지난 9월말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논란과 관련해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윤 대통령이 수용 거부 의사를 밝힌 사례가 그렇다.
물론 박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당시와 15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여론 지형이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이상민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은 상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이 장관 해임건의를 묵살하면 ‘불통’ 이미지가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이 겨냥하는 부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번째 대응안인 탄핵소추안은 해임건의안과 달리 국회에서 의결되면 헌법재판소가 탄핵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 전까지 국무위원의 직무는 정지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이날까지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향후 국정조사 전략과 정치적 득실 등을 고려해 둘 중 하나를 오는 30일까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진 원내수석부대표는 라디오에서 “탄핵소추안이나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면 첫 번째 본회의에 보고되고, 보고 후 24시간~72시간 이내에 표결하도록 되어있다”며 “12월1~2일에 본회의가 예정됐고, 11월30일까지 탄핵소추안이나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면 처리에는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진행자의 ‘탄핵소추로 간다면 법률 위반이 분명하다고 판단하는 건가’라는 질문에는 “재난안전관리의 총괄책임자가 행정안전부 장관”이라며, 정치적 책임 직무유기 등 탄핵소추 요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같은 당 박찬대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행안부 장관이라고 하면 법적 책임만을 지는 게 아니라 정치·도의적 책임도 같이 지어야 할 텐데 그 부분에 대해 국민의 뜻을 너무 모르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며 “파면 요구는 민주당만의 요구가 아니라 국민의 뜻, 유족의 뜻도 그렇다는 걸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이 장관 파면 요구에 대해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언어도단(言語道斷)’이라는 표현을 쓴 데 대해서는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과반이 (이 장관을) 파면해야 된다고 했고, 유족들도 가장 원하는 건 진상규명이고 이상민 장관 파면이라는 걸 기자회견에서도 얘기했다”며 “국민의 뜻이 이런데 ‘언어도단’이라고 표현하는 건 민심과 정부 사이에 괴리가 심하고, 국민의 소리를 듣지 않는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이 언급한 ‘언어도단’은 사전상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의미로 어이가 없어서 말하려 해도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