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닷새째인 28일 산업계 물류난이 전국으로 확산됐다. 주말을 지나면서 일선 산업 현장 곳곳에서 누적된 피해가 드러나고 있는 모양새다. 파업 이후 처음으로 이날 정부와 화물연대가 공식 협상테이블에 앉았지만, 현격한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하진 못했다.
이날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 17개 지역의 177곳에서 화물연대 조합원 7600여명이 집회에 참여하거나 현장에서 대기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조합원(2만2000명 추산)의 35% 수준이다.
파업 여파가 전국으로 확산하며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량은 평시의 21% 수준에 머물렀다. 인천항의 경우 전날 오전 10시부터 이날 오전 10시까지의 하루 반출입량은 77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지난달 하루 평균 반출입량(1만3000TEU)의 5.9% 수준이다.
경남에서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화물차에 날달걀 2개를 투척한 화물연대 20대 조합원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지난 25일 오후 7시쯤 창원시 진해구 안골대교 인근 도로에서 컨테이너를 싣고 달리던 비조합원 화물차를 발견하고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일대 폐쇄회로(CC)TV 등을 분석해 해당 남성을 붙잡았다. 경찰은 달리는 차에 달걀을 던진 것은 큰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로 판단, 단순 업무방해보다 처벌이 중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 폭행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비노조원이 화물연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전남 광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5일 오전 9시40분쯤 순천∼완주 고속도로 동순천 톨게이트에서 화물기사 A씨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3명에게 폭행을 당했고,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들의 신원을 특정하는 등 수사가 진행 중이다.
여당은 화물연대를 향해 연일 맹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총파업) 출정식에서 민주노총은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자.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고 했다고 한다”며 “섬뜩한 국가파괴 선동”이라고 일갈했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경제와 국민을 볼모로 한 불법 파업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첫 교섭에 나섰다. 어명소 국토부 2차관과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 등이 대화를 시도했지만,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함께 적용 대상·품목 확대를 요구했고 국토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3년 연장 외에는 당장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