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이 29일로 엿새째를 맞은 가운데 산업계 전반의 물류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화물연대가 이에 맞서 삭발투쟁으로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등 갈등의 골은 한층 깊어졌다.
29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화물연대 조합원 7700명이 전국 18개 지역 175곳에서 집회를 이어갔다. 전체 조합원(2만2000명 추산)의 35% 수준이다. 이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각 지역별로 총력투쟁 결의대회 등을 소집해 내부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지도부의 릴레이 삭발로 투쟁을 이어나갔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1만814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로, 평시(10월 평균 3만6655TEU)의 49% 수준이다. 특히 광양항은 지난 25일부터 사실상 컨테이너 반출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울산항은 전날과 이날 반출입량이 각각 8TEU, 55TEU에 그치는 등 항만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시멘트 출하가 막히자, 레미콘 공장의 손실도 커지고 있다.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총파업 여파로 전국 레미콘 공장의 가동률이 지난 25일부터 20% 안팎에 머물며 레미콘업계의 손해액이 일 평균 617억원씩 늘어나고 있다. 레미콘 수급 여파가 건설업계로 고스란히 전이되면서 전국 912개 건설현장 중 절반이 넘는 508곳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경북 포항지역은 물류 운송 차질에 피해가 크다. 하루 8000여t의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화물연대 파업 이후 철강 화물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동국제강, 세아제강도 출고가 진행되지 않아 철강 제품이 공장 내에 쌓여가고 있다.
기아 광주 오토랜드 공장의 경우 생산한 완성차를 매일 하루 2000여 대씩 임시번호판을 달거나 임시운행허가증을 발급받아 인근 적치장으로 한 대씩 옮기는 개별 탁송을 하고 있다. 탁송 업무를 위해 하루에 500∼700명이 동원되는데, 이들 일당은 평균 15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완성차업계의 손실이 누적되는 구조다.
정유업계의 피해도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수도권 주요 거점의 주유소에서 재고 부족으로 정상적인 영업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군 탱크로리(유조차) 등을 활용한 긴급 수송작업이 한창이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전국 탱크로리(유조차) 종사자의 70% 이상이 화물연대에 가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도권은 가입률이 90%에 달해서 회전율이 빠른 수도권 주유소의 피해가 더 컸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곳곳에서 물리적 충돌도 잇따르고 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이날 공무집행방해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화물연대 조합원 A씨 등 3명을 체포했다. A씨는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앞에서 운행 중인 트레일러 앞 유리창에 라이터를 던지는 등 운송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