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자유한국당이 ‘일몰제’로 안전운임제 도입… 지금 사태 예견되어 있었다”

박연수 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3년 연장을 해도 비슷한 상황 발생할 수밖에 없다”
2019년 국토교통위원회 회의에서 ‘표준운임제’ 등 언급…이헌승 “일몰제 도입 어떤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김태영 화물연대 수석부위원장(사진 왼쪽)이 지난달 3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차 교섭이 결렬된 후, 자리를 떠나는 구헌상 물류정책관(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일주일을 넘긴 민주노총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총파업 불씨로 보이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민주노총은 애초 이 제도가 일몰제로 도입될 때부터 지금의 사태가 예견됐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낮은 운임으로 인해 과로·과적·과속 위험에 내몰리는 화물운송 종사자의 근로 여건 개선을 개선하고자 화물차주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하는 제도다. 현재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 품목 운송만 대상에 해당한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영구화와 함께 ▲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5개 품목으로의 적용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2020년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임제의 올해 만료를 앞두고 화물연대는 ‘일몰제 폐지’ 등을 촉구하며 지난 6월 총파업을 벌였고, 내년 이후에도 안전운임제를 계속 시행하고 후속 논의를 이어가기로 정부와 화물연대가 합의하면서 파업은 일주일 만에 끝났지만,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 확대를 다시 요구하는 중이다.

 

아울러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일몰제로 지정해 제도의 기한이 정해졌다는 점에서 ‘어차피 없어질 제도’라는 인식 하에 화주나 운송사들이 운임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을 거라고 우려한다.

 

박연수 민주노총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들이 국회 논의에서 ‘일몰제’로 도입했다며 “지금 사태는 제도 도입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 입장대로) 3년 연장을 한다면 비슷한 어떤 상황이 또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2019년 3월 제358회 국회 임시회 국토교통위원회의 회의록을 보면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관련 의견을 개진하는 과정에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시 김현미 국토부장관에게 “표준운임제로 컨테이너와 시멘트 2개를 하다가 표준운임제보다 참고원가제가 더 좋다고 생각하면, 이 품목이 내려오고 다른 게 들어갈 수도 있느냐”고 물었다.

 

‘참고원가제’는 화물운송 이해주체들이 원가정보를 제공해 계약 시 협상에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며, ‘표준운임제’는 지금의 안전운임제를 의미한다. 참고원가제는 업계에서 산정하다 보니 정부가 고시하는 운송원가에 비해 원가가 낮아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국토부는 기본적으로 모든 화물에 대해 표준운임제를 하는 게 좋다고 생각했으나, 관계 단체와 위원님들 사이에 이견이 있어서 일단 2개 품목을 시범적으로 하는 것으로 여야 간에 합의를 본 것으로 안다”면서, 표준운임제 품목으로 컨테이너와 시멘트를 정한 데 대해서는 ‘표준화(계량)’가 쉽다는 이유를 댔다.

 

김 의원은 “‘참고원가제’를 2~3년 정도 시행하고 난 다음 문제 해결이 안 되는 부분을 표준운임제 항목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며 “컨테이너와 시멘트특수차 2개를 정한 데 대해 ‘왜 이것만 해주냐’는 반론이 의원실에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이에 김 장관은 “표준운임제를 시행하기에 조건이 수월하고 환경이 열악한 부분이 컨테이너로 운송하는 부분이라 판단했다”며 “화주 단체들과 논의를 거쳐 컨테이너와 시멘트에 대해서는 모든 관계 단체가 표준운임제를 시행하는 데 대해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멘트나 컨테이너는 계량하기 쉽지만 다른 화물은 종류도 많고 계량할 방법이 복잡하다”며 표준운임제의 성과가 좋다면 참고원가제를 시행하는 품목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취지의 말을 더했다.

 

상황을 지켜보던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은 “표준운임제 선 시행품목에 컨테이너와 시멘트만 포함한 데 대해 특혜 시비가 있었고, 전체 화물자동차가 약 45만대인데 컨테이너 화물차가 약 2만대에 시멘트 화물차가 약 2000대인 점 등을 들어 2개 품목만 표준운임제를 시행하는 형평성 문제 시비도 있었다”며 “시행 기간을 설정하는 ‘일몰제’를 도입하면 어떤가 싶다”고 제안했다. 일몰 1년 전에 국토부 장관이 결과를 분석해 제도 보완사항 등을 국회에 보고함으로써 법안을 더 완벽하게 하면 어떻겠냐는 거다.

 

이 의원의 제안에 김 장관은 “시멘트와 컨테이너 부분의 안전운임제를 시행하고 다른 부분에는 안전운송원가제(참고원가제)를 2019년 7월1일부터 시행하겠다는 안을 국토부는 일단 수용하겠다”고 답했다.

 

라디오에서 3년여 전 있었던 회의를 소환한 박 정책실장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가 산업과 현장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며 “일몰제의 큰 폐해인 제도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들에 대해 정부가 진정성 있게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확인해서 대화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