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양양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해 탑승자 5명 전원이 사망한 헬기의 잔해물이 사고 발생 나흘 만인 1일 본격적인 원인 규명을 위해 옮겨졌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이날 오전 사고 현장에서 잔해물을 수거했다.
사조위는 잔해물을 3.5t 트럭에 실어 정오께 경기 김포에 있는 잔해물 보관소로 보냈다.
비행 기록 장치인 FDR(통칭 블랙박스)가 장착돼있지 않은 점도 걸림돌이다.
사조위는 국제규정에 따라 조만간 제작사인 미국 시코르시키사(社)와 제작 국가의 항공 조사 기관인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사고 사실을 알릴 계획이다.
항공 사고의 경우 제작 국가의 조사 기관과 합동으로 조사에 나서는 사례도 적지 않아 NTSB에 합동 조사 요청 여부를 검토 중이며, 필요에 따라서는 제작사도 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사례처럼 지자체에서 산불 대응을 위해 임차하는 헬기는 물론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공공헬기 대부분이 외국산 헬기인 탓에 제작사를 상대로 설계나 제조 단계에서의 문제 발생 가능성을 확인하는 데는 오랜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
국제규정에 따라 공문 형태로 질의서나 의견조회서 등을 보내면 회신이 오는 데만 2개월 안팎이 걸리는 등 서류가 오고 가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부속품 제조 회사들로부터도 관련 정보를 얻고, 사고 헬기를 들여온 국내 항공 업체를 상대로는 헬기 운용이 적절했는지 들여다보고, 정비 이력과 조종사의 건강 상태까지 살피다 보면 결론을 내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은 걸린다는 게 중론이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항공운항과 교수는 "잔해물 상태를 정확히 살펴봐야 알겠으나 주요 부품은 불에 녹지 않는 제품들이라 찾기만 한다면 현미경 검사나 비파괴 검사 등을 통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50분께 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숨졌다.
사고 직후 동체에서 발생한 화재는 1시간 15분 만에 꺼졌고 기장 A씨 등 2명이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잿더미 속에서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추락한 헬기는 속초·고성·양양이 공동 임차해 운용 중이었으며, 사고 당일 산불 취약지 예방 활동을 벌이는 산불 계도 비행 중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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