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가 핵심인 정부조직법 개정과 대통령·공공기관장 임기 일치법 마련을 위한 여야 ‘3+3 정책 협의체’ 첫 회의가 어제 열렸다. 여야는 관련 법안을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측이 첫날부터 여가부 존폐 문제, 기관장 알박기 논란 등 주요 쟁점을 두고 평행선을 달려 험로가 예고된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과 내년도 예산안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도 전망을 어둡게 한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경우 국가보훈처의 국가보훈부 격상, 외교부 산하 재외동포청 신설에는 여야 간 이견이 없다. 문제는 정부·여당의 여가부 폐지안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여가부 폐지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공식화한 상태여서 난항이 불가피하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어제 회의에서 “정부가 여가부를 폐지한다는데 새로 임명된 장관이 (여가부) 폐지를 주도하는 것은 아이러니”라면서 “여가부는 폐지될 게 아니라 오히려 기능을 확대 강화해야 하는 시기”라고 주장했다.
대통령과 공공기관장 임기를 일치시키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 취지에는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 정권 교체 때마다 ‘알박기 인사’ 논란이 불거지는 건 부적절하다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론 입장 차이를 보인다. 국민의힘은 모든 공공기관장에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임기제 정무직 기관장은 제외하고 행정부 산하 기관장에만 적용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어제 회의에서도 국민의힘은 일단 전임 정부 때 임명된 기관장들부터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들이 임기를 지키는 게 법치 정신에 맞다고 반박했다. 여당안을 받아들이면 임기가 내년 중반까지인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5년인 대통령 임기와 3년인 공공기관장 임기의 불일치로 정권교체기마다 알박기 인사 논란과 블랙리스트 수사 공방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에 따른 국정 혼란과 낭비도 심각한 수준이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이나 정책 노선과 대척점에 있는 공공기관장들이 임기제를 구실로 자리를 지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만큼 기싸움만 벌일 게 아니라 합리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공공기관장 임기를 정권 임기와 맞추는 데 예외가 있어선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