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이달 중 ‘한국판 인도태평양전략’을 발표한다. 아직 정부가 인태전략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지만, 큰 틀의 전략은 이미 나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난달 13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 대략의 방향이 나왔다. 인태전략을 가장 먼저 내놨던 일본, 인태전략을 주도하는 미국과 함께 한국의 인태전략이 공표된 셈이다.
프놈펜 성명의 도입부에는 “3국 정상은 자유롭고(free), 개방되고(open), 포용적이고(inclusive), 회복력 있으며(resilient), 안전한(safe) 인도태평양 지역을 위해 우리 공동의 노력을 조율해 나갈 것”이라는 언급이 담겼는데, 이는 미국의 인태전략이 사용하는 용어다. 한국이 미국의 인태전략과 보조를 맞춘다는 상징적 의미가 분명히 드러난다는 평가다.
◆정부 출범 반년 만의 인태 전략에 상반된 반응
◆인태전략의 핵심축인 동남아시아에서 발표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프놈펜 정상회담이 한국판 인태전략의 외부 공표의 장이 되면서 동남아가 가진 지역적 상징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동남아는 미국과 중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도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다. 개별 국가로서는 미국과 중국 중 한쪽으로 쏠리기도 하지만, 아세안 10개국은 뭉침으로써 전통적으로 양강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아세안은 미·중 경쟁의 승부처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이 같은 배경으로 동남아에서 발표한 인태전략은 외부로 전달하는 메시지가 더 클 수 있다.
문제는 아세안 국가들이 어떻게 한국판 인태전략을 받아들이느냐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아세안 지역의 국가들이 봤을 때 한국의 정책은 미국의 인태전략과 함께 간다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렇다면 굳이 한국과 얘기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중요한 변수로서의 의미를 많이 잃어버렸다”고 우려했다.
문재인정부에서 지역전략으로서 신남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지역 균형 전략으로서 아세안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추진했다가 다시 인태전략으로 이름이 바뀐 점은 한국의 고질적인 정책 지속성 부재의 한 단면을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아세안 국가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책이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고 설명했다.
◆통상과 가치 연대 조화 관건
이미 한국판 인태전략의 대략적인 윤곽이 드러났지만, 세부내용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도 많다.
먼저 주목되는 부분은 통상에 관한 언급이다. 윤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의 모두발언에서 “공급망의 회복력을 높임으로써 경제 안보를 강화하고 협력적, 포용적 경제·기술 생태계를 조성해 공동 번영을 달성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국이 지난 5월 중국을 배제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가입을 선언하면서 이미 미국 중심의 공급망 질서에 참여를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는 언급이 한국판 인태전략에서 어떻게 언급될지가 관건이다.
윤석열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가치 연대’가 어떻게 구체화될지도 관전 포인트다. 윤 대통령은 중국이 민감해하는 인권 문제 등에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연대’를 강조해왔고, 이 같은 내용이 인태전략에 담길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동시에 특정국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병기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최근 중국 베이징에서 일어난 ‘제로 코로나’ 봉쇄 반대 시위에 정부는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데, 가치 외교를 표방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