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총파업이 4일로 11일째에 접어들며 집회 참여 인원이 감소세를 나타내고 컨테이너와 시멘트 물동량도 점차 회복하는 추세다. 물류에 조금씩 숨통이 트이고 있지만 정유, 철강,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4일 오전 10시 기준 화물연대 조합원 2900명이 전국 130여 곳에서 집회를 벌이거나 대기할 예정인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지난주 일요일 정부 추산 집단운송거부 인원(4300명)의 67% 수준이다.
국토부가 파악한 참가 인원은 지난달 29일 7700명, 30일 7000명, 이달 1일 6750명, 2일 6700명, 3일 5100명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정유, 철강, 석유화학 등의 분야에서는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인해 3조263억원 규모의 출하 차질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물류가 차질을 빚으며 재고가 소진된 주유소는 지방으로 확대되고 있으며, 전국 1269개 건설현장 중 751개(약 60%) 건설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열흘간 석유화학 업계의 누적 출하 차질 물량 규모는 약 78만1000t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1조173억원에 달한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업계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면 하루 평균 1238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으로 인해 날짜별로 반드시 입·출하해야 하는 필수 제품 운송에 차질이 생기거나 사태가 장기화돼 공장·야적 공간 내 적재공간이 부족해질 경우 공장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와 노동계의 강대강 대치도 이어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에 힘을 보탰다. 이봉주 화물연대 위원장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계엄령에 비유하면서 “화물노동자 생계를 볼모로 노예의 삶을 강요하기 위해 노동자에게 목줄을 채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조사를 받지 않으면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는데, 화물연대는 공공운수노조 산하의 정당한 노동조합이며 사업자단체가 아니기에 이를 당당히 거부한다”며 “화물노동자의 안전과 도로 위 시민의 안전은 그 어떤 것과도 거래될 수 없고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포기해버린 국민 안전을 화물연대는 끝까지 지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국제노동기구(ILO)가 지난 2일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고도 밝혔다. 노조가 이날 공개한 서한에 따르면 ILO는 민주노총에 보낸 서한에 “노조가 제기한 문제(업무개시명령의 노동기본권 침해 주장)와 관련해 정부 당국에 즉시 개입(intervene)한다”며 “관련 협약에 나오는 결사의 자유 기준 및 원칙과 관련한 감시·감독기구의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썼다.
부산경찰청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사태와 관련해 총 9건의 운송방해 등 불법행위를 적발하고, 노조원 7명을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 중 화물연대 노조원 A씨 등 3명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운전자상해) 및 특수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나머지 4명은 추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 화물연대 김해지부 노조원 3명은 지난달 26일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인근 도로에서 비노조원이 운행하던 트레일러 차량 2대에 쇠구슬을 쏴 차량 앞 유리와 안개등 등을 파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2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화물연대 김해지부 사무실과 차량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통해 차량 운행일지와 쇠구슬 등 증거를 확보하고, 이들을 집회현장에서 긴급체포했다. 또 지난달 29일 부산항 신항 인근에서 비노조원이 운행하던 트레일러에 라이터를 던진 노조원 B씨와 체포과정에서 경찰관에게 물을 뿌리고 밀치는 등 폭행을 가한 노조원 2명을 각각 업무방해 및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