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총리 "이겨서 미안"…바이든 "女축구는 다를 것"

월드컵 16강전서 네덜란드 3-1 미국
"풋볼이 사커 눌러" 네덜란드 총리에
바이든 "여자 축구는 美가 세계 최강"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네덜란드가 미국을 3-1로 격파하고 8강에 안착한 가운데 네덜란드 총리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이겨서 미안하다’는 취지의 트윗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년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여자 월드컵을 거론하며 “그때 보자”고 응수했다. 남자 축구와 달리 여자 축구에서는 미국이 단연 ‘세계 최강’으로 꼽힌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안해요 조(Sorry Joe), 풋볼이 이겼어요(football won)”라고 적었다. 축구를 ‘사커’(soccer)라고 부르는 미국과 달리 영국을 비롯한 유럽에선 축구를 지칭하는 영어 단어로 ‘풋볼’이 널리 쓰이는 점을 들어 ‘네덜란드의 풋볼이 미국의 사커를 눌렀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뤼터 총리는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16강전에 앞서 미국 축구대표팀을 응원하는 동영상도 리트윗했다. 해당 영상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건물 앞에서 축구공을 든 채 “이 종목은 사커라고 불리죠(It’s called Soccer)”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축구는 사커가 아닌 풋볼’이라는 뤼터 총리의 속내가 읽힌다.

 

이날 네덜란드는 에이스 덴절 뒴프리스(26·인터밀란)가 1골 2어시스트의 ‘원맨쇼’를 벌인 데 힘입어 미국을 3-1로 제압했다. 특히 뒴프리스는 미국이 한 골을 만회해 1-2로 따라붙은 후반 26분 왼발 발리슛으로 쐐기 골을 넣어 미국의 추격 의지를 꺾어놓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점잖게 응수했다. 그는 뤼터 총리의 트윗에 대한 답글에서 “엄밀히 말하면 ‘풋발’(voetbal)이 아니냐”고 되물었다. 풋발은 축구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단어다. 원래 우승 후보인 네덜란드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미국한테 이긴 것이지 풋볼이 사커를 이긴 건 아니라는 바이든 대통령의 항변이 담겨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미국 대 네덜란드 경기를 앞두고 미국 대표팀을 응원하며 트위터에 올린 동영상의 한 장면. 축구는 ‘풋볼’이 아닌 ‘사커’라면서 미국 축구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이어 그는 “농담은 제쳐놓고 승리한 네덜란드 대표팀, 그리고 네덜란드 국민에 축하를 전한다”고 쿨하게 패배를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뉴질랜드에서 재대결하자(Rematch in New Zealand)”고 제안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2023년 7∼8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열릴 예정인 제9회 FIFA 여자 월드컵을 지칭한 것이다. 미국은 네덜란드, 베트남 등과 함께 조별리그 E조에 속해 있으며 뉴질랜드 웰링턴에서 네덜란드와 시합을 치를 예정이다.

 

상대적으로 약한 남자 축구와 달리 여자 축구는 미국이 단연 세계 최강이다. 이제껏 8번의 월드컵에서 절반에 해당하는 4번 우승을 차지했다. 직전의 2019년 프랑스 월드컵 챔피언도 미국이다. 마침 그때 결승전에서 미국은 네덜란드를 2-0으로 완파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결국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비록 남자 축구는 졌지만 여자 축구에서는 네덜란드를 충분히 이길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