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집권당이 지금 당권 싸움하며 파열음 낼 때인가

‘수도권 대표론’으로 갈등 증폭
‘국민공감’ 계파정치 우려 낳아
하나로 뭉쳐서 巨野와 맞서야

내년 3월 초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내부에서 연일 파열음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최근 ‘수도권·MZ세대 대표론’을 꺼낸 게 도화선에 불을 댕겼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MZ세대 대표론’에 가세하며 “심판으로서 부적절하다”(장제원 의원)는 반발을 불렀다. “당권 주자들이 다들 (당원들의) 성에 안 찬다”고 발언한 주 원내대표가 최근 윤석열 대통령을 두 차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윤심(尹心)’ 논란까지 겹쳤다. ‘수도권·MZ세대 대표론’이 ‘한동훈 법무장관 차출론’으로 해석되자 다른 당권주자들은 일제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집권당 투톱의 ‘당 대표 조건’ 발언은 불공정 시비를 자초했다는 점에서 유감스럽다. 민감한 시기인 만큼 당 지도부는 발언 하나하나에도 각별히 신중해야 한다.

당내 친윤계가 전대 룰에서 당원 투표와 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현재 7대 3에서 최대 9대 1로 조정하려는 것을 놓고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비윤계 당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모두 반발하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삼류 코미디 같은 얘기”라고 질타했고, 안 의원도 “사람들이 편법을 쓴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전당대회 룰은 당권주자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무리한 시도는 자제하고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국민공감’이 어제 출범한 것도 앞으로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국민공감은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65명이 참여하는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이다. 순수 공부모임을 표방하고 있지만, 내년 초 전당대회에서 친윤계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과거 친이(친이명박)계 모임 ‘함께 내일로’나 친박(친박근혜)계 모임 ‘국회선진사회연구포럼’ 같은 형태의 계파모임도 처음엔 공부모임을 지향했다. 국민공감도 정치세력화하고 세를 과시하는 계파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후진적 계파정치는 당의 분열로 이어질 뿐이다. 이미 국민의힘은 집권 직후 집안싸움을 하느라 수개월을 허송세월했고, 선거에 연승한 정당이 두 번이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 민생경제는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다. 예산안과 법안 처리도 거대 야당에 의해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하나로 뭉쳐서 거야(巨野)에 맞서도 모자랄 판에 연일 불협화음을 내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다. 중차대한 시기에 당권 경쟁에 매몰돼 집권당의 본분을 망각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