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이카 ‘매관매직’ 비리, 철저한 수사로 일벌백계해야

감사원이 그제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 전 상임이사 송모씨를 뇌물 수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송씨는 2018∼2020년 인사·계약을 담당하는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를 맡으면서 선임, 승진, 계약 등 대가로 임직원 22명에게서 3억8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감사원은 송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15명의 코이카 임직원도 수사 의뢰했다. 송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활동했던 부산 YMCA에서 사무총장을 지냈고, 2017년 이미경 당시 코이카 이사장이 적폐 청산을 위해 만든 혁신위원회에서 활동한 뒤 이듬해 코이카 상임이사에 임명됐다.

감사원은 송씨가 과거 시민단체에서 근무했던 대학선배를 9회에 걸쳐 6400만원을 받은 대가로 코이카 자회사 대표이사로 앉혔다고 전했다. 승진 순위가 밀린 직원을 돈을 받고 근무 평가를 조작해 승진시킨 정황도 포착됐다. 현 코이카 이사장 A씨도 2020년 4월 송씨에게 자녀 학비 명목으로 1000만원을 건넸고 그해 12월 이사장직에 선임됐다고 한다. A씨는 “평소 알던 송씨가 자녀 학비가 부족하다고 해서 빌려주고 차용증도 받았다”고 해명했다. 경위야 어떻든 간에 그가 얼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는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의 인사비리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희망을 짓밟는 중대범죄다. 외교부 산하 공공기관에서 버젓이 매관매직이 자행됐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된 2020년 말 코이카가 내부 조사까지 벌이고도 3주 만에 “중대 사안이 없었다”며 별다른 징계도 내리지 않은 점이다. ‘꼬리자르기’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코이카 측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감사원이 제기한 상당수 사례가 송씨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는 차원”이라는 대목에선 진정성이 의심된다. A씨를 포함한 다수가 송씨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한 것도 뇌물 혐의를 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공기업의 인사 비리를 개인 비리로만 치부해선 곤란하다. 이번 일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청탁·불공정 인사 적폐를 근본적으로 도려내지 않는 한 공기업 개혁은 허상일 뿐이다. ‘낙하산’, ‘철밥통’이라 불리는 다른 공기업에 유사사례가 없는지 전수조사를 하는 등 감시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검찰도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