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전격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배경에는 코앞으로 다가온 일몰만은 일단 막고 보자는 절박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여당은 파업 먼저 철회해야 대화도 재개할 수 있다는 ‘강공모드’를 이어갔다.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올해를 끝으로 일몰될 위기에 놓인 안전운임제를 일단은 살리고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내부에서 형성됐기 때문이다. 민주당 국토위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올해가 3주 남았는데 아무리 빨리 처리한다고 해도 절차들이 있기 때문에 여유 시간은 일주일 정도밖에 안 돼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사실 키는 저쪽(정부·여당)이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매우 강경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에 진짜 일몰되느니 일단은 안전운임제를 살리고 봐야 한다는 게 3년 연장안 수용 발표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당이 3년 연장안을 받지 않을 경우 야당은 다음 스텝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남은 카드가 없다. 단독처리를 할 수 있지만 국토위 선일 뿐 그 이상은 보장할 수 없다”며 정부·여당이 3년 연장안을 받지 않을 경우 뾰족한 대응책이 남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화물연대가 정부의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운송거부를 하면서 지금까지 3조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국민 경제와 서민, 약자, 그리고 저임금 노동자에게 상당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업무복귀가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일관된 원칙은 ‘선 복귀, 후 대화”라며 “복귀하고 나면 얼마든지 대화 테이블을 열 수 있지만, 복귀를 위한 어떠한 전제조건도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미 벌어진 현장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이 협상 의지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우리 당 입장에선 할 수 있는 만큼 전부 양보한 건데 이것도 모자란다고 하면서 파업부터 일방적으로 풀라고 압박하는 게 과연 협상에 임하는 당사자로서의 태도인가. 협상 의지가 없는 거라고 본다”고 꼬집었다.
한편 민주노총은 민주당의 ‘3년 연장안’ 제안에 관해선 전혀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사전에 조율된 내용이 아니다”라며 “그럴 거면 민주노총이 왜 오늘 투쟁계획을 발표했겠나. 무엇을 근거로 화물연대가 복귀할 것이라고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윤석열정부의 화물연대 총파업, 민주노총 탄압에 맞선 해법 찾기’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오는 14일 열리는 2차 총파업·총력투쟁 결의대회를 포함한 화물연대 관련 투쟁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