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말 파리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단연 에펠탑이었다. 1889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하기 위해 귀스타브 에펠이 하늘을 향해 310여m나 뻗어 올라간 에펠탑을 건설했다. 사람들은 이것을 산업기술의 상징물이며, 자본과 기계시대의 승리로 자부했다. 그 밖의 엑스선(X-ray)과 무선 송수신기, 영화 촬영기 등이 발명되면서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열렸고,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의식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이처럼 물질문명이 매력적으로 여겨지던 시기에 폴 고갱은 물질 위주 향락에 묻혀 종교나 도덕 같은 정신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풍조를 개탄했다. 그래서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 내면의 세계나 정신적 가치를 느끼고 생각하게 하는 그림을 그리려 했다. 그림이 감각에 호소하는 묘사를 넘어 정신적 이념이나 사상을 암시하고 상징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후 고갱은 그림의 ‘어떻게’인 기교가 가장 덜 발달되고 덜 문명화된 곳을 찾아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가슴에 와닿는 것들을 느끼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렸다. 아카데믹한 기교 위주 묘사방식과 달리 단순하고 생략된 형태와 주관적으로 선택한 색들로 그림을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