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지난 6월 국내에서 처음 발의한 ‘조력존엄사법’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돼 논의됐으나 보건복지부 등의 반대 의견에 부딪혀 일단 유보됐다. 같은 당 위원에게서도 신중론이 제기되는 등 법안 통과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열린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는 이른바 조력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9일 세계일보가 입수한 회의록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박 차관은 “환자 스스로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법 취지에 공감하고 여론이 찬성하고 있는 현실도 인정한다”면서도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이에 대해 찬반이 대립하고 있고 아직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리하게 입법을 추진할 경우에는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연명의료 결정에 대해 임종기에 대해서만 허용하고 있다”며 “이것을 말기·식물상태·치매 등까지 단계적 확대해나간 연후에 조력존엄사를 다음 단계로 검토하는 것이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향 아니겠나”라고 덧붙였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안 의원이 소속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도 이 같은 신중론에 동조했다. 한 의원은 회의에서 “이 건은 정부 의견에 동의한다”며 “조금 더 깊이 있는 논의를 해야 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력존엄사법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있는 말기 환자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담당 의사로부터 조력을 받아 스스로 삶을 종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법안과 관련해 국회 전문위원은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입법례를 참조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는 검토 의견을 내놨다. 그러나 상임위 논의 분위기 등에 비춰 당장 법안 통과는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