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 소방관이 한밤중에 자신이 사는 아파트 고층에서 솟아오르는 연기를 목격한 뒤 발 빠르게 대처해 큰 화재로 이어질 뻔한 위기를 막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특히 집주인은 화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소방관이 알리면서 화를 면했다.
11일 당국 등에 따르면 서울 송파소방서 구조대 소속 이상윤 소방교(36·사진)는 지난 6일 오전 0시20분쯤 자택인 경기도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서 분리수거를 하다 한 집에서 희미한 불꽃과 함께 피어오르는 연기를 우연히 발견했다.
이 소방교는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119에 신고하는 한편 관리 사무소에 대피 방송을 요청한 뒤 연기가 나온 것으로 추측되는 16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소방교는 해당 집을 방문해 문을 두드렸지만, 집주인은 화재 발생을 모르고 “여기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소방교가 보기에도 집안 내부에는 특이사항이 없었지만, 화재 진압 경험상 안방 베란다 안쪽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그는 집주인에 안방 베란다와 방화문 건너편을 살펴봐달라고 당부한 뒤 17층과 18층으로 올라갔다. 불길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윗세대에 신속히 알려야 한다는 판단에서였다.
또한 집에 있던 아내 정소리(32)씨에게 연락해 밖으로 나가 불이 난 위치를 재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 소방교의 아내 역시 소방관으로, 서울 송파소방서 현장대응단 소속 소방교다.
이 소방교가 17∼18층 세대를 다 대피시키고 나서야 아파트 내부 비상벨이 울렸다. 그가 16층으로 돌아가 보니 이미 안방 스프링클러가 작동해 집안은 난장판이 된 상황이었다.
이 소방교는 소화전을 사용해 불이 커지는 것을 막으면서 집주인을 대피시키는 한편, 소방서와 다시 한번 통화해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또 신속히 도착한 하남소방서와 함께 현장을 정리했다.
이 소방교가 16층에서 고군분투하는 동안 정 소방교도 주민들이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소방교는 “불이 났다고 느껴지자 다른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몸이 움직였다”며 “그 상황을 목격한 소방관이라면 다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