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의 전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지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여야 합의로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한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이 지난 8일 본회의에서 부결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현재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로 제한되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 한도를 6배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한전으로선 절실한 사안이다. 한전은 어제 내놓은 입장문에서 “한전법 개정으로 회사채 발행 한도가 확대되지 않으면 전력구입대금 지급과 기존 차입금 상환이 불가능해진다”며 “대규모 전력 공급 차질과 전력시장 마비 등 국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반대 토론에 동조한 민주당 의원들이 한전법 개정안에 대거 반대 또는 기권했다. 집권 시절에 탈원전에 매달리면서 전기요금을 동결해 한전을 부실 기업으로 만든 민주당의 후안무치한 행태다. 국민의힘도 나을 게 없다. 소속 의원의 절반가량이 본회의에 나오지 않았고 반박 토론에 나서지도 않았다. 그러고도 비판 여론이 쏟아지자 다음날 여야는 12월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무책임하기 이를 데 없는 국회의원들의 민낯을 보여준다. 한전 재무 구조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기울였다면 반대 또는 기권하거나 본회의에 불참하지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