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75)씨는 지난해 3월16일 경기 파주시에서 트램펄린 위에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있는 B(11)양을 발견했다. A씨는 트램펄린 위로 올라가 B양에게 팔짱을 끼고 손으로 등을 만지며 속옷 끈을 당기는 등 B양을 강제추행했다. 13세 미만인 피해자를 강제추행한 A씨는 지난해 성폭력처벌법상 13세 미만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A씨는 항소했고, 형량은 2심에서 대폭 깎였다. A씨가 B양의 법정대리인과 합의했고, 성범죄 예방교육을 수료하며 기부 활동에 참여하는 등 개전의 노력이 보인다는 이유에서다. 항소심 법원은 지난 6월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인정된다”며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피고인들이 여성단체나 범죄피해자단체에 기부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가 이들의 기부 행위를 ‘진지한 반성’의 범주에 포함시켜 형을 감경하는 사유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단체들은 이 같은 ‘면피 기부’를 걸러내고자 후원자를 일일이 확인해야 해 번거로움을 호소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면피 기부를 막기 위해 “기부를 사유로 형을 감경할 수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체들은 면피 기부를 막기 위해 신규 후원이 들어오면 이를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을 거친다. 성범죄 피고인의 기부에 뚜렷한 특징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들은 보통 한 번에 수백만원의 고액을 기부하거나 기부금 영수증을 곧바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김혜란 한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상임대표는 “(성범죄 피고인의) 기부가 확인되면 반환하는 일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2017년 공론화 이후) 제도적으로 바뀐 부분이 없다”며 “개별 단체가 기부 목적을 가려내는 방식은 해당 기관에 너무 큰 부담이라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근엔 국회도 이런 문제를 인지해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은 “(성범죄 피고인의) 일시적 기부를 성범죄 재판의 양형 감경 사유로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성범죄자가 범죄를 저지른 후 성폭력피해상담소 등에 금품을 기부한 경우 이를 이유로 그 형을 감경할 수 없도록 근거 조항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