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특별사면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어제 “신년 특별사면을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대상이나 폭이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이번 사면은 국민 화합과 통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와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는 오는 28일 전후로 특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특사는 오는 20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에 보고되고 국무회의 심의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늦어도 다음 주초에는 사면 대상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 단행한 지난 8월15일 광복절 특사가 민생과 경제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국민 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고려한다고 한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등 대기업 총수가 사면 대상에 포함될지 관심사다. 첫 사면 당시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신동빈 롯데 회장·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등이 포함됐고 상대적으로 정치인을 거의 배제했다. 여론이 좋지 않아 거물급 정치인을 제외했지만 논란은 끊이질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특사에서 여야 정치인이 두루 거론되는 건 환영할 만하다. 여권에선 이명박(MB) 전 대통령을 비롯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MB는 2020년 횡령·뇌물 혐의 등으로 징역 17년이 확정돼 재수감됐다. 형기를 모두 채우면 95세가 되는 2036년 만기 출소한다. 80대 고령인 데다 당뇨·기관지 확장증 등 지병이 많아 수감 생활이 어려운 만큼 사면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정치적 통합 차원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사면 대상으로 거론된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징역 2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김 전 지사는 내년 5월에 형이 끝난다. 사면은 하되 여론을 고려해 복권은 하지 않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한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는 항상 ‘법 앞의 평등’ 원칙과 사법 정의에 위반된다는 비판이 따른다. 그런 만큼 국민 통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사면이라면 다수의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특사가 외려 국민 갈등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다 해도 보수·진보 양 진영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만큼 윤 대통령은 막판까지 여론을 두루 살펴 사면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