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양대 영화상 중 하나인 골든글로브에서 비영어권 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제80회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미국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는 이날 '비영어권 영화 작품상'(Best Picture Non-English Language) 부문 후보에 한국의 '헤어질 결심' 등 5편을 선정했다.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아가씨' 이후 6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다.
변사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 분)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멜로 스릴러다.
이 영화가 최근 한국 오리지널 작품 또는 한국계 콘텐츠의 수상 기록을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2020년 시상식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골든글로브 외국어영화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한국계 미국인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이 연출한 '미나리'가 외국어영화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이어 올해 1월 열린 제79회 시상식에선 '오징어 게임'의 오영수가 TV 드라마 부문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이니셰린의 벤시', 8개 최다 후보…'아바타2', '탑건2' 작품상 후보
골든글로브의 영화 카테고리에선 블랙코미디 장르의 '이니셰린의 밴시'가 코미디·뮤지컬 부문 작품상 등 8개 후보에 오르면서 최다 후보 작품으로 선정됐다.
다중우주(멀티버스) 세계관과 량쯔충(양자경)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은 SF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6개 후보에 올랐다.
영화 작품상 후보에는 '아바타' 이후 13년 만에 돌아온 속편 '아바타:물의 길'(아바타2), '탑건' 이후 36년 만에 개봉한 후속작인 '탑건:매버릭'(탑건2)이 나란히 올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유년 시절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긴 자전적 영화 '더 페이블맨스', '로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와 그 매니저의 이야기를 담은 전기 영화 '엘비스',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내면적 고통을 주제로 한 '타르'도 작품상 후보로 선정됐다.
감독상 후보로는 '아바타2'를 만든 제임스 캐머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공동 연출한 대니얼 콴과 대니얼 쉐이너트, '엘비스'의 배즈 루어먼, '이니셰린의 밴시' 마틴 맥도나, '더 페이블맨스'의 스필버그가 호명됐다.
AP 통신은 연기상 후보 30명 중 유색 인종 배우가 8명이었으나 감독상 후보에는 여성이 포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골든글로브 TV 카테고리에선 코미디 드라마 시리즈 '애봇 엘리멘트리'가 5개 후보에 올랐고, 영국 왕실을 소재로 한 드라마 '더 크라운'이 4개 후보로 뒤를 이었다.
드라마 작품상 후보에는 '베터 콜 사울', '더 크라운', '하우스 오브 드래곤', '오자크', '세브란스:단절'이 선정됐다.
◇'보이콧 사태' 여진 이어질 듯…"시상식 복귀 꺼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상과 함께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이 영화상은 지난해 HFPA의 인종·성 차별 논란, 운영진의 부정부패 의혹 등이 불거지며 할리우드 영화계의 보이콧 대상이 됐고, 생중계 방송마저 중단됐다.
다만, NBC 방송은 HFPA의 포용성과 다양성 증진 등 쇄신 작업을 수용해 내년 초 시상식 때 라이브 중계를 재개하기로 했다.
HFPA는 내년 1월 10일 캘리포니아주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제80회 시상식을 개최하고, 행사 생중계를 계기로 골든글로브 정상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헬렌 호니 회장은 "우리가 신뢰를 되찾기를 바란다. 더는 예전의 HFPA가 아니다"라고 개혁을 다짐했지만, 보이콧 사태 여진은 이어질 전망이다.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브렌던 프레이저는 이날 후보 발표에 앞서 이미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다.
프레이저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HFPA에서 제명된 전 회장 필립 버크가 2003년 한 행사장에서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영화 '탑건2' 주연 톰 크루즈가 HFPA 회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연기상 후보에서 탈락한 것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난해 크루즈는 골든글로브를 보이콧하면서 자신이 받았던 트로피 3개를 반납했다.
AFP 통신은 할리우드 스타를 고객으로 둔 유력 홍보대행사들이 "골든글로브에 대해 여전히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며 "일부는 HFPA의 개혁 조치에 회의적이고 스타들과 함께 시상식에 복귀하는 것을 꺼린다"고 진단했다.
로이터 통신도 "골든글로브가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최고 스타들의 퍼레이드를 (다시) 끌어낼지 불확실하다"며 이날 후보 발표 이후 소감을 전한 배우나 감독 등은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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