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그제 처음으로 구체적인 전당대회 시기와 함께 룰 변경 가능성을 언급했다. 전대를 내년 3월 초 치르겠다는 방침을 시사한 그는 “1년 반 전에 이준석 전 대표를 뽑은 전대의 책임당원이 28만명이었다”며 “지금 우리 당 책임당원은 100만명”이라고 했다. 이어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은 정당 민주주의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7대 3으로 규정된 당심과 민심 비율을 9대 1 또는 10대 0으로 바꾸려는 친윤(친윤석열)계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당심은 당원투표를, 민심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말한다.
여권 핵심부에선 내년 1월 초를 데드라인으로 하고 전대 룰에 관한 당헌 개정 작업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당심 비율을 높이면 ‘윤심’(尹心·윤 대통령 의중)을 업은 친윤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나 사실상 경선전에 돌입한 상황에서 특정 세력의 뜻에 따라 룰을 자의적으로 바꾸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당원 수가 늘어났다고 당심 비율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도 궁색하다. 민심에서 앞서는 특정인을 배제하기 위한 꼼수로 비친다. 공정성 시비를 낳으며 분란 요인으로 작용할 게 뻔하다.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 비윤(비윤석열)계 당권 주자들은 이미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어제도 전대 룰을 놓고 당내 난타전이 벌어졌다.
과거에도 무리하게 룰 변경을 시도할 경우 항상 파열음이 생겼다. 경선 거부는 물론 폭력 사태까지 벌어진 적도 있다. 가뜩이나 이번 당권 경쟁은 조기 과열 양상을 보이며, ‘윤심’의 향배를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여권 인사는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인물이 당 대표로 선출될 경우 공정하고 경쟁력 있는 (총선) 공천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주자의 당권 도전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것처럼 언론에 흘린 셈이다. 대통령실은 ‘윤심’ 개입 의혹을 부인했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경선은 걷잡을 수 없이 삐걱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내분과 ‘이준석 리스크’ 등으로 집권당답지 않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정권 교체 후 7개월이 됐지만, 야당의 수적 우위에 눌려 법안 하나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전대를 통해 면모를 일신해 책임 있는 집권여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런데 경선 룰을 놓고 잡음이 커지면 그에 비례해 국민 실망도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