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무인양품의 국내 법인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일본산 불매 운동 ‘노재팬’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 세계적 대유행) 여파 등으로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다.
13일 뉴스1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무인양품은 3년 연속 '적자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며 부진할 실적을 내고 있다.
무인양품은 일본의 '양품계획'과 '롯데상사'가 지분율 각각 60%, 40%를 보유한 회사다. 최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직영점 39개점과 온라인점 5개점을 운영하고 있다.
한때 무인양품은 홈퍼니싱 시장에서 1인 가구들을 사로잡으며 인기를 끌며 흥행몰이를 했다. 실제 2016년 700억원대 머물렀던 매출은 이듬해부터 1000억원을 넘어섰다.
무인양품의 아성이 깨진 시점은 2019년 한·일 갈등 촉발로 야기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때부터다. 무인양품은 2018년 1378억원으로 매출 정점을 찍고 두 자릿수 영업이익을 내며 성장 가도를 달렸지만, 2020년 매출 정점을 찍고 실적 하락세를 보이더니 2019년 적자로 돌아섰다. 2019년 영업손실 규모는 약 71억원이다.
또 2020년에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연도 변경(1월~12월→9월~8월)을 거쳐 지난해 1~8월까지 매출을 공개했는데, 이 기간 무인양품은 627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영업손실은 8개월 만에 117억원까지 늘었다.
올해 회계기준으로도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19기 매출(2021년 9월 1일~2022년 8월 31일)은 1240억원으로 전년 매출 1147억원 보다 소폭(8.1%) 올랐지만, 재무건전성은 악화된 상태다. 이 기간 무인양품은 4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사업 악화로 무인양품의 자본도 잠식되고 있다. 직전 회계연도 자본총계도 18억원 수준에서 올해 회계연도 기준 손실 43억원까지 급감하며 '완전 자본 잠식' 상태에 이르렀다. 결손금(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서 생긴 손실의 금액)은 직전 회계연도 184억원에서 이번 회계연도 245억원으로 늘었다.
무인양품 실적 악화의 주원인으로는 노재팬과 국산 대체제 등장으로 꼽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 등 국산품으로 대체가 가능해서다. 실제 무인양품을 제외한 대다수의 일본산 브랜드는 실적 회복에 성공했다. 지난해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52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다. 또 데상트·미즈노·아식스 등 일본 브랜드 역시 지난해 줄줄이 흑자로 돌아섰다.
일각에선 무인양품의 자금 여력을 우려한다.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무인양품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1억7000만원으로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이 같은 상황에 대주주인 양품계획과 2대 주주인 롯데상사가 구원투수로 등판할지 관심사다. 사업 회생을 위해서는 외부 자금 수혈이 불가피해서다.
다만 무인양품은 비상장사로 직접적인 타격은 없다. 상장사의 경우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거나 2년 연속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일 경우 상장이 폐지된다.
업계 관계자는 "60억원 규모의 기타금융자산이 있지만 재무 건전성이 악화돼 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자본총계가 줄었으나 회계상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줄었던 매출이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곧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