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꿈의 에너지’라 불리는 핵융합 발전 연구에 획기적인 이정표를 세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무한 청정에너지로 불리는 핵융합 발전에 한 발 가까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 관계자들과 함께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최근 실시한 핵융합 실험에서 투입한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다. 2.1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2.5MJ의 열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한 것인데 약 20%의 에너지 마진을 남겨 0.4MJ의 순 에너지를 전력 생산에 쓸 수 있게 된다.
투입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을 통해 만들어내는 것은 연구에서 뛰어넘어야 할 중요한 이정표로 여겨졌다. 그랜홈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연구원들의 획기적인 업적이며, 이 이정표가 더 많은 발견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의 발표는 역사책에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랜홈 장관과 함께 기자회견에 선 아라티 브라브하카르 백악관 과학보좌관은 “인내심이 무엇을 이룰 수 보여주는 엄청난 사례”라며 “믿을 수 없게 놀라운 과학적 경이로움”이라고 설명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과 유사한 반응을 지구 위에서 인공적으로 일으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전력을 사실상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염물질 배출 없이 전력을 얻는다는 의미다. ‘꿈의 에너지’라는 수식어와 ‘핵융합이 기후 변화를 막을 것’이라는 기대도 여기서 비롯했다.
큰 기대만큼 연구에 투입된 자금도 만만치 않다. 이번 연구 성과는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이 참여해 1952년 설립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에 있는 핵융합 연구 시설 ‘국립 점화 시설’(NIF)에서 나왔는데 국립 점화 시설 건설에만 35억달러(4조5000억원)가 들어갔다. BBC는 “핵융합 연구는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청정에너지에 대한 약속은 비용 문제를 극복하는 동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물리학계 학자들은 이날 연구에 관해 ‘새 문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옥스퍼드대학의 잔루카 그레고리 물리학 교수는 “오늘 이 연구는 단순히 핵융합 에너지에서의 발전이 아닌 과학 전체에서 새 문이 열린 것과 같다”고 밝혔다.
핵융합 발전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낙관도 나오고 있다. 이날 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의 킴 부딜 소장은 ‘핵융합 기술이 상용화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냐’는 질문에 “공동의 노력과 투자, 수십 년 간 누적된 기술 연구 등이 뒷받침돼 발전소를 건설할 수 있는 단계에 놓일 수 있을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관련해 BBC는 “부딜 소장의 발언은 그간 학자들이 해당 질문에 ‘50~60년’이라고 말하곤 했던 것보다 발전된 것”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