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의 유족이 1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유족 측 법률대리인 김기윤 변호사와 고인의 형 이래진씨는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문 전 대통령 고소장을 제출했다.
유족 측은 고소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전 대통령은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게 대한민국 국민인 이대준이 북한에 있다는 점을 보고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며 “그럼에도 문 전 대통령은 이대준을 구조하라는 등의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전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자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국민이 북한에서 생존할 당시 즉시 구조조치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나 지시를 하지 않았다”면서 직무유기죄 내세운 이유를 밝혔다.
이래진씨는 “시신 없는 동생의 장례식을 치렀고 수많은 질타를 온몸으로 받으며 오직 진실규명을 위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안보와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했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에서도 누구의 대통령이었는지 의문스럽다”고 강조했다.
유족 측은 이씨가 월북한 것으로 단정했던 해경의 발표는 ‘사자명예훼손죄’와 ‘허위사실유포 명예훼손’ 등이 적용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북한군이 이씨를 총격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다던 국방부 설명이 나중에 ‘시신 소각 추정’으로 바뀐 데 대해서는 ‘직권남용’과 ‘허위공문서작성’ 혐의가 적용된다고 봤다. 유족 측은 문 전 대통령을 살인방조죄 등으로 고소하는 방안도 논의했지만, 이는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해경은 지난 6월 언론브리핑에서 이씨의 월북 의도를 찾지 못했다며 기존 수사 결과를 1년9개월 만에 뒤집었고, 국방부도 이씨가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던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검찰은 이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최종 결정한 책임자로 지목된 서 전 실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지난 9일 기소했고,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도 불구속 기소했다. 다만, 검찰은 서욱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기소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같은 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에게 어떠한 삭제 지시도 받지 않았다”며 “원장으로서 직원들에게 무엇도 삭제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전 원장은 2020년 9월22일 이씨가 북한군에 피살된 이후 이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관련 첩보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국가정보원법상 직권남용 등)로 올해 7월 국정원으로부터 고발당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이씨 피격 다음 날인 그해 9월23일 새벽 1시에 관계 장관회의가 열린 뒤 첩보 보고서 등 46건의 자료를 무단 삭제했다. 이에 검찰은 박 전 원장이 이 회의에 참석한 뒤 서 전 실장으로부터 보안 유지 지시를 받고 보고서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조사에서 박 전 원장이 어느 정도로 첩보 삭제에 관여했는지 등을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더불어 전날 소환 조사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신병 처리 방향도 함께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