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주요 유럽 국가들이 국방비 증액과 재무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총선에서 가까스로 여당을 유지했지만, 원내 과반은 차지하지 못한 덴마크 좌파 정부가 우파 정당과의 연정을 시작하면서 방위비 증액을 위한 공휴일 감축과 증세 방침을 밝혔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조만간 구성될 내각과 함께 출범하는 덴마크 새 정부는 올해 초 발표된 것보다 3년 빠른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지출 2% 목표를 달성하기로 했다.
독일도 방위비 증액과 재무장 속도를 높이는 중이다. 연방하원 예결위원회는 이날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 35대 도입을 위한 예산 100억유로(13조8000억원)를 승인했다. 이는 독일 연방군의 역대 최대 구매사업 중 하나다.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 독일은 과거에 대한 반성의 뜻으로 GDP의 1% 정도만 방위비로 지출하며 급격한 군사력 증강을 제한해 왔다. SIPRI는 지난해 독일이 GDP의 1.3%를 방위비로 썼고, 이는 1년 전보다 1.4% 줄어든 금액이라고 밝혔다.
이는 덴마크나 다른 유럽 국가들이 최근 수년 사이 매년 꾸준히 방위비를 늘려 온 것과 대비되는 행보였다.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전쟁에 맞설 국방 강화를 위한 특별예산 1000억유로(138조원)를 마련하는 등 사실상 재무장 수순에 들어갔다. 이번 F-35 구매비도 이 예산에서 나온다.
동아시아에서는 일본이 나토의 방위비 2% 목표를 따라가고 있다. 일본은 최근 마련한 2023∼2027년 5년간 중기 방위력 정비계획에서 이 기간에 방위비 총액을 43조엔(412조원)까지 증액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수십 년 동안 일본 방위비는 GDP의 1% 수준이었는데, 이 계획에 따라 2027년 2% 수준으로 올라선다.
재원은 증세를 통해 마련된다. 아사히신문 등은 15일 집권 자민당 세제조사회가 전날 열린 간부회의에서 법인세와 소득세, 담뱃세를 올려 방위비 증액 재원의 일부를 충당하기로 대략 합의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