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빅스텝 단행하면서 추가 금리인상 예고한 美 연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14일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4.25∼4.50%로 15년 만에 최고 수준이 됐다. 연준은 지난 6월부터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에 나선 뒤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나타나자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춘 것이다.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정작 시장의 관심사는 내년 통화정책의 향방이다. 연준은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1%로 상향조정했다. 연준의 물가상승률 목표 2%와 괴리가 크다. 연준은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브리핑에서 “가장 극심한 고통은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는 실패에서 나올 것”이라며 “당분간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이 판단한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5.00~5.25%로 9월 예상치(4.5∼4.75%)를 상회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내년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해야 하는 것이다.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을 기대한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에 유의해야 할 때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3.25%다. 격차가 22년여 만에 가장 큰 1.25%포인트까지 벌어진 것은 한국 경제에 위험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역대 최대 금리 역전 폭인 1.50%포인트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금리 격차를 방치하면 한국에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원화 가치 급락, 인플레이션 압력 가중을 부추겨 금융·외환시장 불안을 촉발할 수 있다.

 

한국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유지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내년 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다음이 문제다. 경기침체 우려와 단기자금시장 경색 등이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머뭇거리게 할 수 있다. 물가를 잡으면서 경제를 살리는 줄타기에 나서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향후 주요국 물가, 경기 둔화 흐름, 통화 긴축 속도 등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아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하면서 물가를 잡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할 것이다. 내년에 한파가 몰아칠 우리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에 빠지는 것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