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콜린스 영어 사전은 2022년 올해의 낱말로 ‘영구적 위기’를 뜻하는 ‘퍼머크라이시스(Permacrisis)’를 꼽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전쟁의 불안, 경제적 격변까지, 불안정과 불안이 자리매김한 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밝아오는 2023년은 어떨까. 영국 이코노미스트에서 매년 전 세계 90개국 25개 언어로 연말마다 발간하는 ‘세계경제대전망(The World Ahead)’이 올해도 나왔다.
이코노미스트 지음/한국경제신문/2만2000원
편집자는 2023년 주목해야 할 주제로 △우크라이나 전쟁 △경기 침체 △기후 위기 속 희망 △정점을 맞은 중국 경제 △분열된 미국 △중국과 대만 등 각 지역의 분쟁 위험 △쿼드, 오커스 등 변화하는 동맹관계 △보복 관광 △메타버스의 현실 진단 등을 지목했다.
이들 주제는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쇼크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긍정적인 것은 불안정한 석유, 가스 시장을 해결하기 위해 전 세계가 더 저렴하고 깨끗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에너지 시스템 재편성’이 일어날 전망이다.
경기 침체 우려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이다. 시진핑의 중국은 이전과 같지 않은 성장으로 그 지위가 조금은 위태로워질 전망이다. 이런 정치·경제적 이유로, 대만이 ‘아시아의 우크라이나’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크라이나전의 결과가 더 중요한 이유다.
코로나19는 2023년에도 수백만 명을 감염시키겠지만, 독감보다 200배 이상 높았던 사망률은 뚝 떨어질 전망이다. 책은 내년 코로나19 사망자 숫자가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의 두 배 미만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단, 위험한 새로운 변종이 퍼지지 않는다는 전제다.
책은 크게 두 개의 파트로 나뉘었다. 첫 번째 파트는 금융, 국제, 과학·기술, 문화 등 분야별 전망이고, 두 번째 파트는 미국, 유럽, 영국, 중동, 아시아 등 지역별 전망이다.
이런 예측이 얼마나 들어맞을지에 회의적인 시선도 있겠다. 지난해 예측을 보면 짐작 가능하다. 전염성이 강해진 코로나19 변종 위험과 중국에 영향, 인플레이션,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영국 보리스 존슨 등 정치인의 흥망성쇠는 거의 맞아떨어졌다. 다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그로 인한 에너지, 식량 가격 상승은 예측하지 못했다. 편집자 역시 이를 뼈아픈 실책으로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