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과 국가·지방자치단체가 국민의 생명 및 신체의 안전과 재산보호에 관련된 행위를 할 때는 안전을 우선적으로 고려함으로써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함을 기본이념으로 한다.’(재난안전법 제2조)
2004년 제정된 재난안전법은 재난 안전을 책임지는 주체로 국가와 지자체를 명시, 국민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사회에서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천명했다. 법이 만들어진 지 18년이 흘렀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한국 사회가 안전하지 못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1년 6월 광주광역시 학동에선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해 인근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9명이 세상을 떠났고, 지난해 10월29일엔 서울 한복판인 이태원에서 158명이 압사 사고를 당했다. 이들은 사고가 날 가능성이 큰 위험한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일상생활을 하다가 갑작스레 죽음을 맞이했다.
2018년 12월 출입제한이 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대종빌딩 사례는 삼풍백화점의 반대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대종빌딩은 2018년 11월 지상 2층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마감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기둥 균열 등이 발견됐고, 정밀안전진단 결과 최하등급인 E등급(불량) 판정을 받았다. 이후 강남구청이 즉시 사용금지 조치를 내리면서 인명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시그널을 알아채고 기민하게 반응한다면 사회재난을 충분히 막을 수 있음이 증명된 것이다.
철거현장 및 건설현장 붕괴 사고도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이 역시 사고 발생 전 시그널을 무시한 결과다.
원정훈 충북대 교수(안전공학) 등은 ‘건축물 철거 공사현장 붕괴 사고 사례 분석을 통한 리스크 평가’ 논문에서 2019년 서초구 잠원동 철거공사와 지난해 광주광역시 학동 철거공사장 붕괴 사고를 분석한 결과 △해체계획서 임의 변경 △지휘·감독 체계 미비 △감리자 역할 소홀 등이 공통적으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올해 1월 발생한 광주광역시 화정동 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지난해 10월 발생한 경기 안성 물류창고 공사장 붕괴 사고에서도 공법 임의 변경 혹은 임의 시공 정황이 포착됐다. 계획서 임의 변경 등이 공사현장 사고를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5월 1명이 사망한 울산 온산공단 가스 폭발 사고도 마찬가지다. 당시 사고가 발생하기 전 공단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악취가 인근에서 진동했다고 한다. 이태원 압사 참사도 사고 발생 4시간여 전부터 압사를 언급하며 위험성을 알리는 112신고가 11건 접수됐다.
◆“기초단체장 안전교육 의무화해야… 학생도 포함”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사회재난의 원인을 무지에서 찾는다. 시그널이 있어도 알지 못하면 막을 수 없고, 재난이 발생한 뒤에도 제대로 사후 조치를 할 수 없다. 그 해법으로 안전교육이 제시된다. 우선, 재난 발생 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에 대한 안전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은 재난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에 대해서만 교육 의무를 부과할 뿐 단체장은 제외돼 있다.
문현철 숭실대 대학원 교수(재난안전관리학)는 “재난 상황에서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역량이 중요한데, 이들이 지역 안전관리에 대한 본인들의 역할을 제대로 모른다”며 “이들에 대한 교육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초·중·고등학생에 대한 반복 교육의 중요성도 여러 차례 강조됐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초등학교 때는 대피 위주로 훈련을 시키면 좋을 것 같고, 중·고등학생 때는 대피와 함께 진화 훈련도 하면 좋다”며 “주 1회 1시간 정도는 반복해서 교육을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